올 들어 7월까지 걷힌 국세 수입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00억 원이나 줄어들었다. 지난 3년 동안 크게 호조를 보였던 세수(稅收)가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경기부진과 기업실적 악화에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내놓은 ‘재정동향 9월호’에서 1∼7월 국세 수입은 189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190조2000억 원)에 비해 8000억 원 감소했다. 지방소비세율이 11%에서 15%로 인상되면서 부가가치세가 2조7000억 원 줄었음을 감안해도, 세수는 겨우 1조9000억 원 증가했다. 7월까지 누계로 전년 동기 대비 세수증가폭은 작년 21조5000억 원, 2017년 13조4000억 원, 2016년 20조1000억 원에 이르렀다. 정부 목표에 비해 실제 걷힌 세수진도율도 64.2%에 그쳐 작년보다 6.7%포인트 낮았다.
문제는 앞으로 세수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법인세의 대폭 감소가 우려된다. 7월까지 법인세수는 44조4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1조9000억 원 늘었다.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비교적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실적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 집계에서 코스피 상장사 574개 기업의 상반기 영업이익 합계가 작년에 비해 37%나 줄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은 법인세를 내왔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8월에 중간예납한 법인세는 작년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도 내년 법인세수가 올해보다 18.7%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수 전망도 몹시 어둡다.
‘세수 절벽’의 상황이다. 재정적자 누적과 국가부채 급증이 불가피하다. 7월까지 국세와 세외수입, 기금수입 등을 모두 합친 총수입은 293조9000억 원으로 2조 원 늘었다. 반면 총지출은 35조5000억 원 증가한 318조2000억 원이었다. 통합재정수지의 24조3000억 원 적자다. 작년에는 7조 원 흑자였다. 중앙정부 채무도 692조2000억 원에 이르러 올 들어서만 40조4000억 원 불어났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9.3% 증가한 513조5000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세수악화에도 불구하고, 가라앉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공격적 확장재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초(超)슈퍼 예산의 효과는 의문이다. 보건·복지·노동분야 예산만 181조6000억 원으로 전체의 35.4%를 차지한다. 성장을 견인하는 생산적 지출로 보기 어려운 소모적 선심성 예산이다.
정부는 그동안 세금을 퍼부어 단기 알바성 공공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현금성 복지를 크게 늘렸지만, 생산·소비·투자·고용 등 경제지표는 뒷걸음치고 있다. 민간의 활력을 높일 기업정책, 구조개혁, 규제혁파 등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재정건전성만 나빠지고, 결국 미래 세대의 부담만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