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혁신의 아이콘’ 반열에 올려놓은 아이폰의 전성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애플의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늘 주연이었던 아이폰이 해를 거듭할수록 조연으로 밀려나고 있다. 애플의 사업 전략 핵심이 아이폰 같은 하드웨어에서 서비스와 콘텐츠로 이동하는 모습이 선명하다.
예상은 적중했다. 애플은 이날 후면에 카메라 3개가 장착돼 사진 촬영 기능을 대폭 강화한 신제품들을 선보였다. 그러나 ‘기술 혁신에 의해서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른 외형은 기존 모델과 다름이 없다는 평가다. 이에 일각에서는 “새로울 게 없다” “혁신이 안 보인다” 는 등 실망감이 고조됐다. 심지어 후면에 카메라 3개가 촘촘히 탑재된 디자인에 대해 “인덕션 같다”는 등의 혹평도 나왔다.
올 가을부터 시작되는 정액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플러스’가 그 변화의 핵심이다. 애플은 이날 신제품 모델 공개와 함께 ‘애플TV+’와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아케이드’를 경쟁사보다 훨씬 낮은 월 4.99달러에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신형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을 구입하면 애플TV+를 1년 간 공짜로 시청할 수 있는 쿠폰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발표한 아이폰XR 모델의 후속 기종인 6.1인치 화면의 아이폰11은 가격이 699달러부터다. 애플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신제품 가격을 인상해 왔지만, 올해는 반대로 50달러 인하했다. 고가 정책이 고객 이탈을 불렀고,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반성 차원에서 고가 정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호흡을 맞추며 직관적이고 인간 중심적 디자인을 창조한 주역, 조너선 아이브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가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잡스 시대에는 디바이스 혁신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현 팀 쿡 체제에서는 혁신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게끔 안정적 수익원을 다지는 데 방점이 찍히고 있는 셈이다.
애플이 콘텐츠 사업에 거는 야망은 거대하다. 기존 프로그램과 다른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결합해 세계 100개 이상의 시장에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애플은 지금까지 TV의 ‘재발견’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조만간 제공될 서비스에는 ‘넷플릭스 킬러’들을 대거 투입된다. 할리우드 스타들을 동원한 오리지널 TV 프로그램 외에 200개 이상의 잡지와 일간지에 액세스할 수 있는 뉴스 앱도 포함된다.
모건스탠리는 동영상과 음악을 포함한 애플의 미디어 패키지가 낳는 매출이 2025년까지 22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