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콘라이트가 에스엔텍, 에스디시스템에 전환권 행사 기간 만료가 임박한 CB(전환사채)를 매각했다. 전환권 행사 여부에 따라 경영권에 큰 파장이 있을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미콘라이트는 보유하고 있던 115억 원 규모 자사 1회 차 CB를 에스엔텍과 에스디시스템에 각각 69억 원, 46억 원에 재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양사는 그 대가로 자사 CB를 각각 60억 원, 40억 원어치를 내놨다. 약 13%(15억 원) 할인 매각한 셈이다.
에스엔텍과 에스디시스템이 이번 CB의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모두 11.54%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최대주주인 퓨전데이타의 현재 지분율이 11.37%, 전환권 행사 후에는 9.85% 수준으로 희석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경영권에 영향이 없는 단순 투자로 알려졌지만 해당 CB의 전환가액이 1190원으로 이날 종가(826원) 대비 44%가량 높아 당분간 공생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개 회사는 모두 IT·반도체 업종에 속해 사업적 협력도 기대된다.
이번 거래는 세미콘라이트의 주가가 하락해 전환가액 1190원을 밑돌자 원래 인수 계약자였던 윌리엄홀딩스 등이 부담을 느끼고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해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CB는 2016년 발행된 것으로 전환청구기간이 2일 남았다. 계획과 달리 1회 차 CB가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고 만기상환된다면 세미콘라이트의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1회 차 CB의 발행 조건을 살펴보면 표면이자 0%, 만기이자 6%, 만기일은 다음 달 18일이다. 전환권 행사 기간은 이달 18일까지다. 에스엔텍, 에스디시스템이 이틀 안에 전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세미콘라이트는 7억 원에 달하는 만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할인한 15억 원을 합치면 22억 원 규모의 비용 및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원금까지 합치면 당장 반영해야 할 비용 및 손실 등이 130억 원이 넘는다. 이는 자기자본(313억 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특히 매각 대가로 받은 양사의 CB는 조기상환 청구권 행사와 전환청구권 기간이 1년 이상 남아 당장 현금화도 어려워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리게 된다. 이 경우 배임 논란이 발생해 법정 다툼으로 번질 소지가 크다.
이에 대해 세미콘라이트 관계자는 “운영자금 유동화를 위한 것”이라며 “조만간(양사가) 전환권을 행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