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인사청문제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입력 2019-09-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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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조국 블랙홀’. 말 그대로 최근 한 달간 정국을 통째로 집어삼킨 이슈다. 추석 민심도, 여의도 정가도 기승전‘조국’으로 끝났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는 우리 정치권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그의 딸과 관련된 일은 결국 대통령 입에서 교육제도를 검토해 보라는 말까지 끄집어 냈고, 조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한 피의사실 유포 논란은 이를 금지하는 관련 규정 신설 공방으로 비화됐다. 사모펀드 논란은 고위 공직자의 직접투자는 물론 간접투자까지 막는 법안 발의로까지 이어졌다.

또 다른 중요한 숙제도 있다. 여야가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장이 바뀌는 인사청문제도 개선이다. 인사청문은 말 그대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하기 전에 대의 기관인 국회에 해당 인사의 적절성 여부를 ‘국민 눈높이’에서 따져봐 달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대통령이 후보자가 적절한지 국회에 묻는 행위지만, 정작 후보자 관련 무엇을 검증했는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말이 없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는 7대 기준이라는 것을 만들었지만, 이는 사실상 범법자를 걸러내는 수준이다.

현행 인사청문제도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로 보내오는 인사청문요청서에는 간단한 청문사유와 함께 이력서와 재산, 병역, 납세, 학력 관련 공문서만이 올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 특히 야당은 그때부터 후보자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찾아야 한다. 말 그대로 국회를 수사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된 야당의 문제 제기는 일단 의혹이 되고 여당은 수비수로 변신해 의혹을 정쟁의 소재로 바꾼다. 정국은 급속히 갈등국면으로 바뀌지만, 정작 인사검증 당사자인 청와대는 제3자가 된 양 아무런 말이 없다. 야당이 제기한 것에 대해 검증을 했는지, 했다면 어떻게 판단했는지 야당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알 길이 없다.

한계는 또 있다. 바로 ‘청문회만 넘기면 된다’는 후보자들의 태도다. 그간 후보자들은 후보자 지명 이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모든 것은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는 입장 표명이 대부분이었다. 모든 사안의 진실을 알고 있는 후보자마저도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야당의 의혹은 증폭되고, 정작 중요한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자는 그간의 인사청문제도 개선 방안의 대부분은 인사청문제도의 이원화가 골자였다. 소위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정책 검증은 공개로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인사청문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도 청와대가 후보자 검증기간, 검증내용, 청와대의 판단 등을 소상히 기재한 ‘사전검증결과보고서’를 작성해 국회로 보내야 한다. 그리고 사실 여부에 대해 인사권자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처 사전에 검증하지 못한 것은 후보자보다 먼저 검증 주체인 청와대가 답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믿는다. 이건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법을 바꾸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아울러, 어떤 정부든 야당이 되면, 도덕성 검증에만 집착하는 정치행태도 바꾸자. 인사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임은 분명하지만, 여야 국회 본연의 할 일을 다 내팽개치고 정당의 명운을 걸고 대응해야 할 일인지 다시금 새겨봐야 할 것이다.

조국 장관이 위법한 행위를 했는지 여부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고, 사법개혁의 적임자인지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국회는 조국 사태가 남긴 숙제를 해야 한다. 그 핵심에는 해묵은 과제인 인사청문제도 개선이 있다. 제도가 바뀌는 게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끈다. 더 미루지 말고 20대 국회에서 인사청문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게 대통령과 여야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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