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요즈음 왠지 불안하다. 여당과 야당이 서로 싸우는 것을 보면서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낄 때도 있고, 말도 안 되는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도 더 설득력을 갖고 퍼지고 있을 때 ‘큰일 났다’는 생각과 함께 불안감이 밀려온다.
중국 송나라 때의 문인인 소동파는 신종(神宗)황제에게 올린 글에서 “기강이 한 번 폐하고 나면 무슨 일인들 생기지 않겠습니까?(紀綱一廢, 何事不生.)”라는 말을 했다. 기강은 ‘紀綱’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벼리 기’, ‘벼리 강’이라고 훈독한다. 벼리란 많은 그물눈을 매달고 있는 벼릿줄을 말한다. 벼릿줄이 튼실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그물눈이 있어도 전혀 쓸모가 없다. 촘촘하고 튼실한 그물 안으로 물고기가 들어왔지만 벼릿줄 즉 기강이 부실하면 그 그물을 끌어올릴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물고기를 다 놓치고 만다. 이처럼 중요한 그물의 벼릿줄에 빗대어 사회 현상을 평하는 말이 “기강이 해이 되었다”이다. 해이는 ‘解弛’라고 쓰며 각 글자는 ‘풀어질 해’, ‘늘어날 이’라고 훈독한다. 벼릿줄이 팽팽하지 못하고 축 늘어져 있어서 잡힌 고기가 다 빠져나가는 것을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하는데 이처럼 그물에서 유래한 말이 나중에는 사회현상에 빗대어 사용하게 된 것이다. 국어사전은 ‘기강’을 ‘모든 법과 규율과 제도 등을 통섭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심적이며 원론적인 법의식’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요즈음 우리가 왠지 불안한 까닭은 우리 사회의 기강이 해이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을 놓고 몽니를 부리고 있고, 일본은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으로 역사를 왜곡하여 우리의 주장을 오도하고 있으며, 중국이나 러시아는 호시탐탐(虎視眈眈) 우리를 넘보고 있는데, 우리는 서로 힘을 합치지 못하고 갈라져 싸우고만 있으니 기강이 해이 되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불안한 상황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