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장기화...부동산 재벌, 대규모 토지 기부로 달래기

입력 2019-09-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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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4대 부동산 재벌과 보유 토지량. 출처 블룸버그통신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위가 격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홍콩 부동산 재벌이 대규모 토지를 기부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 부동산 재벌기업 중 하나인 뉴월드개발은 도심 주택난 해소를 위해 300만 제곱피트(약 8만4000평)의 토지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는 뉴월드그룹이 보유한 토지 1690만 제곱피트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홍콩 정부의 토지 수용 규정에 따르면 가치가 37억 홍콩달러(약 5659억 원)에 달한다.

뉴월드는 2만8000제곱피트를 사회단체 ‘라이트 비’에 이미 기부한 상태로,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100여 채를 2022년까지 공급할 예정이다. 뉴월드는 또 라이트 비에 추가로 100만 제곱피트를 제공해 사회 약자 계층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공공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부지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뉴월드의 아드리안 청 부회장은 “우리는 홍콩의 주택 문제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부로 홍콩 시민 1만 명이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은 홍콩 시위가 격화한 근본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일부 거물들이 부동산 사재기에 나서면서 집값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뛰자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됐다는 것이다. 뉴월드를 비롯해 헨더슨, 순훙카이, 청쿵 등 4대 부동산 재벌이 보유한 토지만 1억 제곱피트가 넘는다. 이들은 막대한 토지를 보유하고도 지가 상승만을 기다리면서 택지 개발에 소극적으로 나선 결과 홍콩은 심각한 주택 부족과 집값 폭등을 겪게 됐다. 홍콩 아파트 가격은 평(3.3㎡)당 65만 홍콩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결국 뉴월드의 토지 기부에는 중국 중앙정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인민일보, 글로벌타임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홍콩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탐욕을 질타하면서 홍콩 시위의 근본 원인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진심’을 보여야 한다고 압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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