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씨가 여죄를 털어놨다. 줄곧 화성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화성연쇄 살인사건뿐 아니라 여죄까지도 인정했다. '가석방'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1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 씨는 모방범죄로 밝혀져 범인이 검거된 8차 사건을 제외한 모두 9건의 화성연쇄 살인사건과 다른 5건의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최근 경찰에 털어놨다. 이춘재 씨는 지난주부터 관련 내용을 자백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입을 연 것은 '가석방'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부산교도소에 무기수로 수감 중인 이춘재 씨가 1급 모범수라는 점에서 그동안 가석방에 대한 기대를 가져왔다가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후 그 목표가 사라지자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
실제 이춘재 씨는 특별사면 심사 대상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연쇄 살인사건의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자신의 DNA가 나온 마당에 계속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가석방으로 사회에 나올 수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7차 사건 직후 버스에 올라탄 이춘재 씨를 눈여겨본 당시 버스안내양 A 씨가 최근 경찰에 "이춘재 씨가 범인이 맞다"고 진술한 것도 심경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경찰이 이춘재 씨의 몽타주를 작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줬던 A 씨는 최근 경찰의 목격자 조사에서 이 씨의 사진을 보고선 "기억 속의 범인이 이 사람이 맞다"라고 진술했다.
프로파일러도 크게 기여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의 사건 수사본부는 범죄분석 경력 및 전문성 등을 고려해 전국에서 선정한 프로파일러 6명, 경기남부청 소속 3명 등 총 9명의 프로파일러를 이춘재 씨 대면조사에 투입됐다. 결정적 진술과 프로파일러의 노력이 이춘재 씨의 심경 변화를 이끌어 낸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