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을 앞둔 10월 초. 옷차림이 바뀌면서 혼밥족과 직장인이 찾는 음식도 달라진다.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주는 자극적이지 않은 밥이 당길 때다. 비교적 소란스럽지 않은 곳이라면 금상첨화.
서울시 중구 충무로역에는 지금 가면 딱 좋을 법한 밥집이 하나 있다. ‘고수레’가 바로 그곳이다. 혼밥족만 아니라 바쁜 회사원도 따뜻하고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밥집이다. 깔끔한 밥상과 가게 분위기가 ‘나만 알고 싶은 단골집’으로 만든다.
◇탁자 위 손선풍기…섬세한 배려 한눈에
고수레는 가게가 넓지 않아 좌석 수도 적다. 개방형 주방을 중심으로 식탁과 의자가 배열돼 있다. 좌석이 모두 14개에 불과한 작은 공간이어서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단체 손님도 찾기 어렵다. 근처에 회사가 많아 2~3명 무리를 지은 손님이 더러 있지만, 대화 소리가 크게 들리는 편은 아니니 소음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오히려 밥을 주고 받고, 가게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가 귀에 더 잘 들린다.
손님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눈에 띈다. 옷걸이를 갖춰 놓은 것이 첫 번째다. 의자에 등받이가 없어 외투를 걸치기 어려운 것을 배려해 벽에 옷걸이를 준비해놓았다. 탁자 위에 놓은 손 선풍기도 혼밥족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뜨뜻한 국물에 자칫 땀을 많이 흘리는 손님을 위해 마련해 놓은 섬세한 배려다.
◇두 명의 직원, 손님들 식사 꼼꼼히 확인해
점심시간에 고수레는 두 명의 직원이 손님을 맞이한다. 이들이 준비하는 메뉴는 밥과 쌀국수.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온반과 쌀국수다. 들어가는 고기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차돌양지온반은 8000원, 힘줄온반은 9000원이다. 차돌양지힘줄이 같이 들어간 것은 1만 원. 쌀국수는 9000원을 시작으로 1000원씩 비싸진다.
온반과 쌀국수가 메뉴다 보니 중요한 것은 국물의 맛이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입에 맞게 맛을 내는 게 쉽지 않은 일. 고수레는 잘 끓인 육수에 파와 고추, 소금과 후추로 맛을 냈다. 담백하면서도 얼큰하다. 재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맛이 참 깔끔하다. 한 끼 식사는 물론 술을 많이 마시고 난 후 해장용으로도 제격이다.
직원들은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손님의 식사 상태를 간간이 확인한다. 반찬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밥과 국물의 양은 괜찮은지 물어본다. 부족하다는 음식을 더 담아준다. 이날 기자에게도 밥이 부족하지는 않으냐고 묻고 밥 반 공기를 더 줬다. 국물도 넉넉히 부어줬다.
◇손님들 "떠오르는 충정로 맛집…빨리 나오는 건 덤"
온반은 빨리 나오는 메뉴다. 미리 지은 고슬고슬한 밥에 재료를 넣고 육수를 부으면 완성이기 때문. 쌀국수는 주문과 즉시 삶지만 오래 걸리지 않는다. 혼밥족과 직장인들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다.
취업준비생 최현구(29) 씨는 “취업 준비하다 보면 시간에 쫓겨 식사 시간이 길어지는 게 부담스러운데, 이곳은 10분 정도면 음식이 나와서 좋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곽종우(33) 씨도 “점심시간 1시간이라 밥이 빨리 나오면 ‘땡큐’다. 맛있는 밥을 빨리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고수레는 최근 충무로에서 떠오르는 맛집이라고 한다. 옆에 있는 명동역 근처에서도 고수레의 온반과 쌀국수를 먹으러 온다고. 직장 동료와 이곳을 찾은 한 직장인 역시 “계절도 따뜻한 국물을 찾을 시기지만, 맛이 깔끔하고 양도 많아 입소문이 난 가게”라고 귀띔했다. 이날도 정오가 되기 전에 가득 찼고, 기다리는 사람도 제법 많았다.
◇혼밥족을 위한 '팁'
온반, 쌀국에 들어가는 고기를 찍어 먹을 수 있는 소스가 있다. 입맛에 맞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밥상에는 빈 그릇 하나가 나온다. 뜨겁기 때문에 덜어 먹을 수 있도록 제공되는 그릇이다.
의자에 등받이가 없어 조금 불편할 수 있다. 많은 손님을 받기 어려운 만큼,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총평
맛 ★★★
양 ★★★☆
분위기 ★★★
가게 위치 ★★★☆
서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