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비중 59% 개도국 수준... 서비스산업발전법 국회 표류에 저임금 비정규직만 양산
올 상반기 취업자수가 2685만8000명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기간 늘어난 취업자수는 20만7000명에 이른다.
고용노동부는 “서비스업이 취업자 증가를 서비스업이 주도했다”며 “경제 전체의 서비스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건복지업, 신산업 분야(정보통신, 전문과학) 등 서비스업은 26만7000명 이상의 신규 취업자를 이끌어내며 제조업의 부진에 따른 관련 인력 감축을 상쇄했다. 제조업은 올 상반기에만 10만3000명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서비스업이 고용을 주도하고는 있지만 무인기계에 밀려 줄어드는 일자리 역시 많은 업종이다. 무인편의점, 키오스크 도입 식당 등 일자리를 꾸준히 창출해왔던 서비스 업종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계화되면서 의료서비스, IT 서비스 등 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육성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진국 수준으로 서비스업 비중 높여야=서비스업이 고용을 주도하고 있지만 한국의 서비스업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011년 발의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고 선진국에 비해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 비중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서비스산업 부가가치 비중은 지난해 59.1%로 선진국인 미국(79.5%), 일본(69.5%), 독일(68.1%), 영국(79.2%)에 비해 10~20%p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선진국일수록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주요국 100대 기업의 최근 10년간 수익성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서비스업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조사 결과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100대 기업의 최근 10년간 평균 수익성은 미국이 18%로 가장 높았고 영국 14.6%, 프랑스 10.5%인데 비해 한국은 6.8%에 그쳤다. 글로벌 서비스 기업들의 수익성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오라클의 경우 10년간 영업이익률은 37.1%에 달했고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알파벳의 영업이익률도 30% 웃돌았다.
한국은 최근 소득 3만불 시대를 열었다. 소득 3만불은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인식되지만 서비스업 비중은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라 있는 셈이다. 국민 소득 3만불 시대의 한국은 1만불이던 시기 대비 서비스업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p 높아지는데 그쳤다.
◇서비스산업 육성 전 규제완화 필요=정부는 지난 6월 서비스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키로 한 ‘서비스산업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서비스 기업에 대한 재정·세제·금융 지원을 제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게임 셧다운제’ 등 업계 요구가 많았던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3년까지 경제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64%까지 끌어올리고 일자리를 50만개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서비스업 부가가치비중을 제조업 강국으로 불리는 독일과 일본 수준에 근접하게 키우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제조업의 4배에 달하는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비스업 대책은 2001년 이후 20차례 이상 발표됐지만 각 단체의 이해 관계 등으로 늘 난항에 부딪혀 왔다. 원격의료나 공유차량 문제가 이번 서비스업 규제 대책에서 제외된 것이 대표적이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글로벌 트렌드인 빅데이터 활용이 제한적인 점도 한국의 서비스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혁신전략의 발표는 전략 없이 전술만 손본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략 부재에 따른 전술이 시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서비스단체 관계자는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비스업 육성은 공염불”이라며 “서비스업 일자리만 해도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일자리는 각종 규제로 성장이 지지부진한 채 공공근로나 도소매, 숙박업 등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고 혁신전략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그나마 일자리를 늘려왔던 도소매, 외식·숙박업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적인 한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