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현 금융부 기자
최근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를 비꼬아 이르는 말이다. 감독ㆍ입법 현안이 산적한데도 ‘조국 이슈’만 물고 늘어지는 국회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금융위원회를 소관하는 정무위원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천억 원의 피해를 남긴 파생결합상품(DLFㆍDLS) 불완전판매 논란부터 16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은 조국 공방 탓에 제대로 빛도 보지 못했다.
무대 위(?)에 오른 건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이었다. 일부 의원은 “왜 범법자를 범법자로 부르지 않느냐”며 은성수 위원장을 몰아세웠고, 당장 조사에 나서라고 윽박질렀다. 물론 금융위 수장으로서 제도적 취약성에 관한 질의마저 답변을 회피한 건 질타받아 마땅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모펀드 규제를 다시 강화하라는 의원들의 발언은 ‘금융당국과 업계가 한 4년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려는 건가’란 생각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다행히 은 위원장이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해선 규제 완화가 맞다”며 선을 긋긴 했지만, 글로벌 유니콘을 꿈꾸는 혁신 기업들은 돈맥이 끊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
국감을 흔히 ‘추수’라고 부른다. 정부가 한 해 얼마나 농사를 잘 지었는지 확인하고, 더 나은 농작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논의하는 자리다. 하지만 현재 국감의 모습은 ‘정쟁’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금융업계는 혁신의 갈림길에 서 있다. 130조 원이 걸려 있는 글로벌 빅데이터 시장을 선점하려면 데이터 3법 통과가 시급하다. R의 공포 속에서 ‘제2 동양사태’를 막기 위한 금융그룹통합감독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도 마찬가지다. 민생을 우선한 정무위의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