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부족·고령화·규제에 진통, ‘3D업종’ 인식 팽배한 게 현실…차별화된 스마트공장 지원 절실
항공기 1대를 생산할 경우 부품의 약 90%(27만 개), 무게의 86%(1.36t)를 차지하는 게 있다. 바로 ‘뿌리기술’이다. 자동차 1대를 생산할 때 6대 뿌리산업(금형·주조·소성가공·용접·열처리·표면처리)의 비중은 부품 수 기준으로 90%, 무게 기준으로 86%에 달한다. 제조업에서 뿌리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은 총 2만6000개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대기업·중견기업은 100개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 99%는 중소기업이며 10인 미만 소공인 형태가 70% 가까이를 차지한다. 국내 뿌리산업 종사자는 약 42만 명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뿌리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폐업하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뿌리산업계 전반이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어서다. 실제 인력 부족과 고령화 그리고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최근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다. 뿌리기술은 짧은 기간에 습득하기 어렵다. 때문에 뿌리산업은 빠른 기술 확산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선진 기술로 꼽힌다. 그런데 전문인력이 없어 현장에선 인력 회사에서 일일 용역을 고용해 인력을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력 부족 외에 각종 규제도 문제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 도입, 외국인 근로자 수습제 등도 뿌리기업들이 요구하는 규제완화 조치다. 대기업과의 동반성장 역시 뿌리기업이 정부에 요청하는 부분이다. 즉, ‘납품 단가 현실화’다.
주보원 삼흥열처리 회장은 “예전부터 강조해온 문제이지만, 경기가 나쁘니까 대기업들이 단가 인하를 더 압박하고 있다”며 “뿌리산업이 제조의 바탕이고 대기업은 어찌 보면 조립만 하는 것인데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제조업의 기반은 뿌리산업”이라면서 “뿌리산업의 업종별, 규모별 특성에 따른 차별화된 스마트공장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