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꼰대가 만드는 청년 정책

입력 2019-10-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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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우 변호사·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이필우 변호사·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사회 양극화의 고통은 청년에게서 시작돼 청년으로 귀결된다. 현재의 청년은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하고, 결혼을 하며 돈을 모아 집을 사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 것이 돼버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세상을 살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집을 사고 아이를 낳아 육아를 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년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들과 그 정책의 대상이 되는 계층이 바라보는 사회가 너무도 다르기에 그들의 시각차는 고스란히 청년 정책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청년취업성공패키지, 청년전용창업자금, 청년전용 버팀목전세자금, 내일키움통장, 주거 안정 월세대출, 청년 사회주택 공급 활성화, 군 복무기간 이자 면제 등 총 162건의 청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자체 청년 정책은 총 3561건에 이른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은 크게 취업 지원, 주거비 지원, 목돈 마련 지원이 중심이다. 자녀 육아와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 등에서 별도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 한국 청년들이 처한 고용 현실과 주거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정책이 과연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전체의 12.8%이고, 2017년 5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 임금이 534만7000원인 반면 500인 이하 사업장의 평균 임금은 289만6000원에 불과하다. 또 국토교통부에서 5월 발표한 ‘2018년 주거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도 등 수도권에 집을 사려면 급여를 한 푼도 쓰지 않고 8년 7개월 동안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청년 정책으로는 생산인구 감소 등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청년 정책과 청년 정책 법안을 만드는 이들이 누구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행정부 정책의 중심에 있는 국장급 보직은 대부분 50대가 주류를 이룬다. 20대 국회의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5.5세이고 20·30대 국회의원은 3명이다. 20·30대 국회의원 수는 전체의 1%이고 19세에서 30대가 전체 유권자의 35.7%인 점을 감안하면 3명이 이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주된 정책 입안 및 결정권자인 50·60대가 청년으로 살아온 1980~1990년대의 노동·경제 상황과 지금은 매우 다르다. 50·60대 중심의 청년 정책은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에게 적용되기 어렵거나 현실과 괴리된 정책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기업에 고용을 늘리라고 강제하거나 중소기업의 급여를 강제로 높일 수 없다. 청년들에게 결혼 자금을 무상 지급하거나 주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현재 청년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어려움을 감안하면 ‘혁명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도심지에 위치한 임대주택 건설, 출산·육아 휴직 5년 이상 보장, 아이들 등하교를 부모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시간 선택 근로, 실질적 청년 창업 지원 등은 이미 논의되고 있거나 실현 가능한 정책이다. 그러나 임대주택의 증가는 건설 회사를 어렵게 하고 주변 집값을 하락시킨다고 반대하고, 출산·육아 휴직에 대해선 기업들이 반대한다. 선택 근로 등 노동 시장 유연성은 노조가 반대한다.

대한민국 청년의 내일은 점점 어두워져 가지만, 꼰대들은 과거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혁명적인 정책을 주저하거나 반대하고 있다. 청년들의 내일이 완전한 암흑이 되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 경제·노동계는 생각과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꾸고 청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청년들이 직접 참여해 정책을 마련하고 실현할 수 있는 내실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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