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리딩뱅크 유력...조용병 회장 연임 가능성
연말 금융권 인사 태풍을 앞두고 금융지주사들의 3분기 성적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저금리 영업환경 속에서 님(NIM, 순이자마진)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가 관건이다.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수성이 유력한 가운데, 일회성 이익을 반영한 하나금융의 ‘깜짝 실적’이 예상된다.
9일 관련 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4% 늘어난 9777억 원으로 추정된다. 리딩뱅크 수성이다.
이에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조용병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그는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는 실적으로 증명된다. 신한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9144억 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회장은 실적뿐만 아니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질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며 “채용 비리 1심 결과가 연말 나오긴 하지만, 연임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과 초박빙 대결을 벌이던 KB금융의 예상 성적표는 ‘흐림’이다. 금리 하락으로 NIM이 줄면서 3분기 순이익이 9346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2% 줄어든 금액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연임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말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를 꾸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허 행장은 윤종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며 “실적도 나쁘지 않아 1년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임기 만료를 앞둔 최고경영자(CEO)가 없는 하나금융은 3위가 예상된다. 이자수익 감소로 영업이익(8267억 원)은 전년 대비 0.8% 줄 것으로 보인지만, 서울 명동에 있는 옛 외환은행 건물을 판 돈이 반영되면서 순이익(8012억 원)은 33.8%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매각이익과 비화폐성 환 손실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6300억 원의 경상 수준을 유지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과 3, 4위전을 벌이던 우리금융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우리금융 3분기 순이익은 5702억 원으로 예상된다. 전분기(6104억 원)와 비교하면 6.5% 줄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태승 회장의 연임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터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 책임론’이 변수다. DLF 사태를 조사 중인 금감원은 기관장 제재까지 검토 중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정무위원회 국감서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업무 다각화와 수수료 수익 확대를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며 손 회장의 ‘성과주의’를 비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해외 투자자를 적극 유치하면서 지난달까지만 해도 손 회장의 연임은 확실시됐었다”라며 “하지만 DLF 사태 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