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8월 OECD 회원국 전체의 경기선행지수(CLI)는 99.06으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9월(98.68) 이후 최저치로, 2017년 12월 이후 20개월째 하락세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경제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하강을 의미한다. 향후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팽배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1일 이뤄진 미중 무역 휴전이 세계 경제에 단기적으로는 분명 호재라면서도 낙관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 NYT는 지난 2년간의 무역 협상에 대한 시장의 학습효과를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중국의 보복을 낳고, 그 여파로 주식시장이 폭락하면 양측이 다시 협상을 재개하면서 긴장이 완화하는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1단계 합의도 그 사이클의 일부라는 얘기다.
더구나 최근 미국의 무역정책 행보를 돌아보면, 협상에 서명을 했다고 해서 종결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정책과 관련해 멕시코에 관세를 위협했는데, 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나온 것이다. 실제 관세가 부과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통해 시장은 무역 협상에 대해 기존과 다른 관점을 갖게 됐다.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다는 인식이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특히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2019년 생산 부문의 월별 일자리는 2018년 2만2000개에서 2019년 3000개로 크게 둔화했다.
메리 러블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관세를 무기로 내세우는 트럼프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시장이 학습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합의가 중국산 제품에 이미 부과된 관세는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도 시장의 기대를 낮췄다고 NYT는 꼬집었다.
양국의 핵심 갈등이 여전하다는 점도 변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이 첨단 산업 분야를 지배하는 꿈을 꾸고 있다.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을 트럼프가 묵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양측의 갈등은 언제라도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마이클 피어스 캐피털이코노믹스 미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휴전이 갑자기 중단되고 긴장이 더 고조된 경험에 비춰보면 이번 합의로 안도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편,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기 전망은 더 잿빛이다. 8월 한국의 CLI는 98.82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의 CLI는 독일이나 미국, OECD 전체보다 앞선 2017년 5월 101.72로 정점을 찍은 이후 2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1990년 1월부터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장 기록이다. 지수 수준은 1년 1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