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로또 1등에 당첨됐던 남성이 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의 딸과 아내의 심리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14일 "피해자(B씨) 아내와 자녀에 대한 트라우마 검사 실시 후 우아동 스마일센터(트라우마 통합 지원 기관)와 연계해 무상으로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13일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A 씨(58)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지난 11일 오후 4시 9분경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동생 B 씨(49)의 목과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B 씨의 아내와 8살 딸은 두 사람이 몸싸움을 하자 인근으로 자리를 피했다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현장의 모습을 목격했다.
아내는 쓰러진 남편의 상처 부위를 막고 지혈했지만, B 씨는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뒤 결국 숨졌다. 상인들은 "B 씨가 초등학생 딸과 자주 화상 통화를 할 정도로 끔찍이 아꼈다. 그런 딸이 아버지가 큰아버지에게 살해되는 장면을 봤으니 얼마나 충격이 컸겠냐"라며 걱정했다.
A 씨는 약 10년 전 로또 1등에 당첨돼 8억 원의 당첨금을 받았다. 이후 당첨금 가운데 3억여 원을 누나와 B 씨 등 남동생 2명에게 각각 1억 원 이상씩 나눠줬다고 한다. B 씨는 형이 준 1억4000만 원 정도를 보태 집을 장만했다.
A 씨는 자신에게 남은 당첨금을 가지고 정읍에 식당을 오픈했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 됐지만 갈수록 경영이 악화됐고, 고민하던 A 씨는 과거 자신이 사준 동생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600만 원 상당을 빌려 영업자금으로 썼다.
하지만 식당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최근에는 25만 원의 대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형제는 다툼이 잦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경찰에서 "술을 마시고 전화로 동생과 다투다 서운한 말을 해서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생이) 보증 섰는데 돈 이자를 안 낸다고 서로 말다툼하는 과정에서 (형이) 화가 나니까 찾아간 거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