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전체 운영 선대 90척 중 80% "스크러버 설치 또는 설치 중"
10일 늦은 밤, HMM블레싱호에 승선하자마자 궁금했던 점은 전 세계 대형 선박 중 최초로 설치한 '스크러버' 위치와 모양이었다.
스크러버는 엔진이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내 황산화물(SOx)을 물로 씻어내며 비중을 줄여주는 장치다.
지상 7층을 다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던 스크러버는 지하(언더데크)에 위치한 기관실에서 철재 사다리로 수십미터를 올라가야 볼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랐고, 이런 장치가 2개나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주엔진 배기가스 처리와 발전기와 보일러 배기가스 처리를 위한 스크러버다.
2017년 현대상선이 한진중공업으로부터 건조 중인 블레싱호를 사기로 결정했을 당시만 해도 이 선박에는 스크러버가 없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내년 1월1일부터 국제해사기구(IMO)가 시행하는 SOx 배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스크러버를 추가로 설치한 후 인도했다. 1만 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중에서는 세계 최초였다.
국제 교역량 증가로 해양오염이 심화되면서 강화된 환경규제에 따라 내년부터 공해상을 지나는 모든 선박은 배기가스 중 황산화물 비중을 0.5% 이하로 낮춰야 한다.
강화된 환경규제에 따른 대응책은 △스크러버설치 △저유황유 사용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도입 등 3가지다.
현대상선은 첫 번째를 선택했다. 기존 벙커유 대비 50%가량 비싼 저유황유, 도입단가가 상당히 높은 LNG 추진선 대비 스크러버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다 유리하다.
연간 지출비용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상인 만큼 고유황유를 사용할 수 있는 스크러버가 장기적으로 수익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현대상선은 전체 운영 선대 90척 중 80% 가량 스크러버를 설치했거나 설치할 예정이다.
블레싱호가 탑재한 스크러버는 개방형으로 엔진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중 SOx를 물로 씻어낸 후 보다 깨끗해진 배기가스를 바다에 내보내는 원리다.
문제는 중국, 유럽 등 일부 국가들이 자국의 연안 대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해당 항만에서는 스크러버 작동을 멈추고 저유황유를 써야한다.
다행히 현대상선이 내년 인도 예정인 2만3000TUE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의 경우 개방형, 폐쇄형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형이 장착된다.
이유동 기관장은 "홍콩, 상해, 닝보 등은 저유황유도 아닌 전기로 배를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면서 "현재 IMO는 중국, 일부 유럽 국가 등에 오픈형 허용하라고 설득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관실 한 쪽 벽에 마련된 2개의 스크린은 스크러버의 배기가스 처리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18개월 간의 SOx 수치도 빅데이터로 저장된다.
IMO가 정한 SOx 비중, PH 등의 기준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스크러버는 배출 작업을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