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경제] '프로도 대장' 최주은 씨 "카카오프렌즈 매장보다 프로도 상품 더 많을 걸요?"

입력 2019-10-18 16:32수정 2019-10-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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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 덕후' 최주은 씨. 국내 한 대기업 보안전문가로 일한다. 얼굴에 프로도를 씌워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과금 없이 문자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카카오톡'은 2010년 등장하자 마자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통화료보다 문자요금이 더 나왔던 시절, 카카오톡은 모바일 기기의 활용성을 급격하게 확장해줬고, 피쳐폰 시대에서 스마트폰 시대로의 전환을 급격하게 이끌어냈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처음 등장한 무료 메신저도 아니었고, 이후에도 수많은 무료 메신저가 속속 등장했다. 왜 카카오톡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그 질문의 답은 바로 '캐릭터의 힘'이다. 글자로 표현하기에 복잡 미묘한 감정을 귀여운 캐릭터들로 표현한다는 것은 이제 의사전달의 한 방식이 됐다. 재미 있는 것은 물론, 보기에도 좋다.

제이지, 프로도, 네오, 무지, 튜브, 어피치, 콘, 라이언으로 구성된 '카카오 프렌즈'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이제 카카오의 대표 상품으로 올라섰다. 사용자들은 메신저의 이모티콘으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들어간 상품들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덕후들 사이에서 일명 '프로도 대장'으로 불리는 최주은 씨도 그중 하나다. 기업에서 보안전문가로 일하는 그는 프로도에 대해 '삶의 활력소"라고 정의했다.

▲집 한 편에는 프로도 인형을 비롯한 상품들이 전시돼 있다. 미개봉 상품을 포함해 여러 개를 구매한다고 했다. (사진제공=최주은)

재미로 시작한 프로도 덕질은 그를 꽤 주목받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5년간 상품을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다른 덕후들과 소통하자 '카카오브랜드스토리'가 그를 주목했다.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인터뷰 요청을 받을 만큼, 이쪽 세계에서 그는 '진성' 프로도 덕후다. 보안전문가이자 평범한 직장인인 그가 덕후로 재탄생한 것.

최 씨는 프로도의 귀여운 모습은 물론 그의 '견생(犬生)'에 마음을 뺏겼다고 말했다.

"프로도 설정 이야기가 정말 재밌어요. '부잣집 도시개'거든요. 근데 태생이 잡종이라 콤플렉스가 많다는 대목을 보는 순간 꽂혔어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콤플렉스가 있잖아요. 참 스토리를 잘 만들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부터 상품을 모으기 시작했죠."

▲프로도에 입히는 옷은 별도로 구매하는 것이라고. 가격은 수천 원에서 비싼 것은 2만 원 정도 한다. (사진제공=최은영)

뒤늦게 시작한 덕질이지만, 덕분에 삶에 활기가 생겼다는 최 씨. 일하기 싫을 때도 돈을 벌어야만 프로도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색다른 동기 부여도 생겼단다. 직장생활에다 강의도 나가는 바쁜 생활 속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덕질로 알차게 보내고 있다고 했다.

"시중에 나온 프로도 상품은 다 샀을 거예요. 골프를 치지도 않는데 골프 커버까지 가지고 있어요. 금액으로 하면 2000만 원가량 쓴 것 같아요. 명품을 좋아하지 않는데 한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 나온 상품도 샀다니까요. 아마 프로도 상품은 매장보다 더 많을걸요?"(웃음)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들어간 옷. 다른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함께 들어간 상품도 덕질의 대상이다. (사진제공=최주은)

최 씨와 같은 '키덜트' 덕에 카카오프렌즈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고, 온ㆍ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카카오IX(아이엑스)'의 매출액은 2016년 705억 원, 2017년 976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051억 원의 매출액을 썼다. 매장도 한국에만 30개, 일본에도 도쿄에 2개가 있다.

프로도는 최 씨에게 새로운 인연을 맺어주기도 했다. 프로도라는 공통 관심사로 대만인 친구를 사귈 수 있었던 것. 덕질이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이다.

"그 친구가 카카오프렌즈를 너무 좋아해서 한국말을 잘해요. 한국에서 만나면 같이 여행도 다니는 사이로 가까워졌어요. 얼마 전에는 엄마랑 동생을 데리고 대만을 갔는데 그 친구가 가이드도 다 해주고, 교통이 불편한 곳은 차를 끌고 데려다주었죠. 대만과 한국을 오가는 사이가 됐어요."

▲최 씨가 주문 제작한 블라인드. 시중에서 판매되지 않는, 오직 그만을 위한 상품이다. (사진제공=최주은)

그는 프로도 상품이 자주 안 나온다는 귀여운 불만도 나타냈다. 라이언 인기가 치솟으면서 과거보다 프로도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것.

"상품이 많이 쏟아지면 그때부터는 고르게 될 텐데 지금은 다 사게 되는 것 같아요. 프로도 이모티콘까지도 다 가지고 있죠. 한 20개 쯤되나? 게임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모티콘을 받기 위해서 해요.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은 '카카오프렌즈 타운'인데 프로도 타운은 안 나오더라고요."

최 씨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덕질에 대한 사회의 선입견에 대해 말했다.

"인터뷰하기 전에 고민이 많았어요. 평범한 직장인인데 덕질을 한다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것 같아서요. 건강하고 건전하게 취미 생활하는 덕후들이 많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행을 갈 때도 인형을 챙견다고 한다. 그만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다. (사진제공=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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