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청년재단, 누적 모금액 1464억 원인데…지원사업 ‘깜깜이 운영’

입력 2019-10-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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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집행 내역은 달랑 ‘한 페이지’…기금 모금 참여 강요 논란도

관치 모금의 어두운 역사는 쳇바퀴 돌 듯 반복한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주도해 대규모 모금이나 재원을 조성한 뒤 이를 무관심으로 방치한다는 점이다. 청년희망펀드는 2015년 대대적인 홍보 이후 법무부 공익신탁 공시 기준으로 437억1090만 원이 모였다. 당시 전국 13개 은행을 통해 대대적인 모금이 이뤄졌고, 대기업과 금융사는 기부내역을 연일 홍보하기 바빴다. 하지만, 정치논리로 모인 기부금은 정권 교체 이후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청년희망재단’의 개명 사유는 희망을 못 줘서? = 청년희망펀드는 지난해 8월 31일 자로 모금을 종료하고 9월 5일부로 기부금을 청년희망재단에 이관했다. 같은 시기 이후 청년희망재단은 돌연 재단 명칭에서 희망을 떼고 ‘청년재단’으로 재단명을 바꿨다. 청년재단 관계자는 “희망이란 단어가 오히려 부정적으로 들린다는 의견이 많아 재단 명을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청년재단의 불투명성도 문제다. 청년재단은 현재 재단법인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재원은 당시 국민과 기업, 금융사로부터 국가적인 기부금을 모금한 만큼 공익 성격이 강하다. 투명한 사업집행 내역 공개와 관련 부처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재단 이관 이후에는 더 이상 공익신탁 성격이 아니라서 재단 자체 홈페이지 공시와 국세청 공지로만 확인할 수 있다. 청년재단 공시자료에는 지난해 한 페이지짜리 재무제표와 연간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가 전부다. 누적 모금액 1463억7700만 원 규모의 재단 정보공개 수준으로 보기에는 미흡했다.

◇청년 드나들어야 할 사무실은 ‘텅텅’… 관리비만 ‘줄줄’ = 16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청년재단 지역센터 ‘청년맞춤제작소’는 평일 오후임에도 상주 인원 한 명 없이 텅 비어있었다. 청년맞춤제작소는 청년재단이 올해 청년 맞춤형 지원사업으로 중점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다.

청년재단 관계자는 “올해 전국 청년맞춤형지원사업으로 전국 12개 센터를 설치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전 사업들은 단발성으로 끝나는데 (이 사업은) 취업 애로사항이 뭔지 상담해주고, 식비와 숙식비도 지원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을 따르자면 ‘청년 맞춤 제작소’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꽉 닫힌 현관문, 직원 없는 데스크 등은 이와 반대되는 풍경이다.

서울 지역 내 또 다른 센터 관계자는 “상주 인원이 없을 이유가 없다”며 “이곳은 항상 열려있고 전담 선생님들이 참여자를 모집하고 상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역센터는 한 곳당 위탁 사업비 1억6300만 원이 집행된다.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은 별도로 지원된다. 관악 센터 인근 오피스텔 사무실 평균 월세는 월 120만~130만 원(보증금 별도) 수준이며 인테리어 비용은 최대 2억5000만 원이 지원됐다.

◇부실 사업으로 번번이 지적 = 청년재단의 주 사업 내용 역시 문제다. 지난해 기부금 활용내역 명세서에 따르면, 기부금 지출 내역 중 가장 많은 예산이 집행된 ‘청년 일경험지원 사업비’는 단성지역아동센터 등 2317곳에 총 107억3000만 원이 쓰였다. 수혜 인원은 3821명으로 보고했다.

이 사업에 이어서 22억 원 규모의 스타트업 청년취업 매칭 사업비가 집행된 것을 감안하면 지역아동센터 연계 활동을 가장 큰 사업으로 볼 수 있다. 청년재단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는 열악하고 나이가 많은 사람뿐인데 이들을 케어 할 청년들이 없지 않느냐”며 “여기에 참여한 청년들도 보람을 느꼈고, 당시 한 지상파 방송국에서 20분 정도 아침에 방송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청년재단 문제점은 출범 직후부터 수차례 드러났지만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재단의 청년면접 비용 지원사업 부실을 지적했다. 재단은 총 25억 원을 책정했지만 집행은 6000만 원만 시행돼 예산 집행률은 2.4%밖에 되지 않았다.

또 기금 모금 과정에서 금융사 직원들에게 강제 참여를 강요해 논란이 됐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당시 직원들이 기부 형태로 참여했다고 보도자료도 나왔지만, 실상은 강제로 걷어간 것”이라며 “할 수만 있으면 되돌려 받고 싶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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