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공시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미미했지만, 반대는 주가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
2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총 89개 표본 기업(찬성 49개사, 반대 40개사)에서 5거래일 동안 평균수익률을 관찰한 결과 국민연금이 의결권 찬성 공시 기업의 경우 주가에 0.33% 수준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의결권 반대 공시 기업의 경우 평균 –1.43% 하락했다. 특히 반대 공시 기업은 10거래일로 확장한 경우에도 주가가 –2.22%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임현일ㆍ이윤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은 “내부경영자와 우호지분이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국민연금의 반대의견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시장에서 판단한 것 같다”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유의하게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반대 표본인 40개 기업에서는 82건의 반대 안건이 사전공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을 살펴보면 △재무제표(이익배당)승인 △정관변경안건 △사내이사선임 △사외이사선임 △감사위원선임 △감사선임 △이사보수한도 △임원퇴직금지급규정에 대한 반대 등이다. 이 중 임원선임 및 보수한도 관련 안건이 전체 반대 안건에서 87.8%의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의결권 반대 행사를 받은 기업은 과거 국민연금이 연속·지속적 반대 의결권 행사를 해온 기업군에 해당하는 비중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국민연금이 해당 기업에 대해 의결권 반대 행사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부정적인 성격의 안건을 재상정하는 사례가 많음을 의미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측은 “시장에서는 의결권 반대 사전공시를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반복적인 미개선 행태와 관련된 부정적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 측면에서 더욱 확대돼야 하며, 이에 대한 시장참여자들과의 충분한 공감대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현일ㆍ이윤아 부연구위원은 “3월 대한항공의 사례를 통해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이 지지된 경우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가격이 상승했다”며 “이는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시장참여자들은 긍정적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기업 측에서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 또는 적극적 소통과정을 보인다면 장기적인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