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시원 떠나는 2030 여성…셰어하우스에 둥지 틀었다

입력 2019-10-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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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예시. (게티이미지뱅크 )

“3년 전부터 여성 입주자가 많이 빠졌어요.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줄었어요.”

22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고시원에서 만난 조모(69) 씨는 한참 동안 천장을 바라보다 답했다. 10년 넘게 서울 종로구에서 고시원을 운영했다는 그. 남성들의 비율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젊은 여성의 비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세무사, 회계사를 준비하면서 인근으로 학원에 다니는 수험생, 직장인 일부를 제외하면 20~30대 여성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2030 여성들이 고시원을 떠나고 있다. 더욱 쾌적한 주거환경과 안전한 곳을 찾아 몇 년 전부터 급격히 생긴 ‘셰어하우스’로 발길을 돌리는 추세다. 또래 친구를 사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월세만 비교하면 고시원과 큰 차이가 없는 것도 선택의 이유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셰어하우스 전문 플랫폼인 셰어킴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서울에 있는 셰어하우스는 705개다. 2012년 말을 기점으로 올해까지 꾸준하게 외연을 넓혀왔다. 한 집에서 6~10명의 사람이 방이나 거실, 욕실 등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는 이제 새로운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다.

셰어하우스는 남성보다 여성 입주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셰어킴 자료를 보면 전체 중 여성 입주자가 84%에 이른다. 남성보다 여성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날 만난 한 셰어하우스 관리자는 “혼자 사는 젊은 여성들은 고시원보다는 셰어하우스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며 “여성만 받아 운영하는 곳도 많고, 전문업체가 아닌 아파트에서 남는 방을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곳까지 생각하면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고시원. 3개 층 중 한 층이 여성 입주자를 위한 곳이다. 공실이 5개쯤 된다고 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여성들은 치안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고시원에 살다가 얼마 전 셰어하우스에 입주했다는 회사원 이진주(28) 씨는 “(고시원은) 동네나 고시원마다 다르지만 각종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입주자가 자주 바뀌는 고시원보다는 셰어하우스가 더 안전하다고 느꼈다”라며 “서로 얼굴과 이름을 알고 더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어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적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업체가 운영하는 셰어하우스는 관리가 잘 돼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도 했다.

같이 살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상황이나 나이가 비슷해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다. 2년째 셰어하우스에 사는 대학생 지우정(25) 씨는 “지방에서 올라와 아는 사람도 많이 없어 혼자 살면서 적적할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는 같이 사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고민을 나누고, 위로받을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셰어하우스는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긴밀하게 소통하는 게 장점이다. (뉴시스)

고시원과 달리 보증금을 내야 하지만 월세만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없다. 셰어하우스는 지역에 따라 적게는 50만 원, 많게는 800만 원을 보증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월세는 대동소이하다. 종로구나 동작구의 고시원의 월세는 40만~55만 원 사이. 셰어하우스는 1인실인지 다인실인지에 따라 45만~70만 원을 낸다. 월세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다인실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1인실에 거주한다.

선호도가 커지고 수가 늘어나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셰어하우스 검색플랫폼 컴앤스테이의 '쉐어하우스 트렌드리포트 2019'에 따르면 셰어하우스 시장은 2017년 100억 원, 2018년 200억 원을 돌파했다. 올 연말에는 500억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셰어하우스 공급업체 우주 관계자는 "여성들이 불특정 다수와 살면서 겪는 불편함이 있고, 더 안전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 셰어하우스를 택하는 것 같다"며 "가격이 고시원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수요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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