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이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제공한 34억 원어치의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 원 등이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이 부회장의 2심은 삼성이 대납한 정유라 승마지원 용역 대금 36억 원은 뇌물로 봤지만, 말 구입액과 영재센터 지원금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단으로 뇌물 등 혐의액이 36억 원에서 86억 원으로 늘어남에 따라, 앞선 항소심에서 받은 형량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다만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말 3마리와 지원금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이견이 나왔던 만큼, 이 부회장 측에서도 이를 토대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기환송심에 대한 삼성 내부의 우려는 크다. 리더십 위기 등으로 3년의 세월 동안 미래 준비를 못 했는데, 또다시 리더십 공백이 이어진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있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주력 사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어왔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제재를 막기 위해 일본으로 혈혈단신 건너가 주요 재계 및 금융권 거물들과 직접 협상했다.
지난 4월 133조 원 투자 내용을 담아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고, 이달에는 차세대 QD(퀀텀닷) 디스플레이에 13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삼성의 투자 발표 행사장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 앞으로도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투자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리더십 공백이 다시 발생한다면,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삼성의 위기는 우리나라 경제의 위기”라며 “특히 이번 파기환송심 결과는 삼성이 수년째 이어진 경영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