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 정치경제부 부장대우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칭찬에 인색할 뿐만 아니라 험담에 익숙하고, 있지도 않은 가공의 사실을 만들어 손쉽게(?) 유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젊은 나이에 운명을 달리한 연예인 설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설리는 대중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길 원했고,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길 원했다.
하지만 설리의 진실된 모습에 악마의 탈을 쓴 악플러들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과 비난을 쏟아 냈다. 물론 설리의 죽음이 무엇 때문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참으로 힘들고 힘든 나날을 보냈음이 분명하다.
설리는 지난 2009년 여성 아이돌 그룹 에프엑스의 멤버로 데뷔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2014년에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을 호소하며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그리고 이듬해 그룹에서 탈퇴한 후 연기 활동에 전념해 온 설리는 최근 ‘악플’(악성댓글)을 소재로 한 종편의 예능프로그램 사회자로 나섰는데, 이후에도 그를 향한 악플러의 공격은 좀처럼 멈추질 않았다.
돌아보면 설리를 벼랑 끝으로 내 몬 것은 온라인 익명 게시판을 통해 자행된 악플러와 이들에게 보다 엄격하지 못한 법의 잣대일 것이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을 겨누는 악플은 수 백 수 천 아니 수 십만건에 이르는 게 다반사다. 과연 그런 악플을 읽고도 덤덤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악플은 분명 소리없는 칼이고, 사람의 심신을 황폐하게 만드는 독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플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악플로 볼 수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범죄는 2018년 기준 1만5926건에 달한다. 이는 전년보다 무려 20% 늘어난 것이다.
우리 사회는 대체 언제까지 간접 살인을 일삼는 악플러에 대해 관용의 자세를 취할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설리의 죽음 이후 국회와 일부 포털사이트에서 악플을 자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과 카카오톡 등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는 연예 뉴스 댓글, 인물 검색어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는 내년 초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폐지, 초기 화면 편집 개선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대대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국회에서는 일명 설리법으로 불리는 악성댓글에 대처하는 법안들을 쏟아 내고 있다.
실제로 박대출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25일 인터넷 준실명제을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댓글 아이디 풀네임과 IP를 공개해 온라인 댓글 책임성을 강화하는 한편 이용자 스스로 댓글을 판단해 가짜뉴스나 허위 사실 등 댓글 부정행위를 개선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도 최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벌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불법정보에 혐오 표현 등을 포함하고, 이용자 요청이 있는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혐오 표현 등을 삭제하도록 돼 있다.
이런 사회의 작은 움직임으로 인해 다시는 설리처럼 악플러에 의해 간접 살인을 당하는 이들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