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스토리] ④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 “유럽 바이오벤처 2년 내 코스닥 상장 목표”

입력 2019-10-28 13:16수정 2019-11-0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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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가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유럽을 비롯해 해외의 기술력 좋은 회사들을 코스닥에 상장시키고 더 나아가 해외 기업과 우리나라 기업이 교류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궁극적인 저의 목표입니다.”

25일 강남 사무실에서 만난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는 이튿날로 예정된 호주 출장을 위해 짐을 싸고 있었다. 커다란 백팩에는 노트북과 각종 검토서류는 물론 바이오 논문과 잡지들이 담겼다. 그는 지난 2015년 호주 바이오기업 엘라스타젠(Elastagen)에 500만 호주달러(약 43억 원)를 투자해 지난해 11배(약 500억 원)에 달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 기업은 피부 세포외기질 성분인 ‘엘라스틴’의 구성물질 ‘트로포엘라스틴’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 ‘보톡스’로 유명한 미국 기업 엘러간에 인수됐다.

황 상무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했지만, 엘라스타젠과 여전히 교류하고 있다”면서 “호주 정부가 한국인으로는 처음 호주 바이오 벤처에 투자해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을 보이며 투자유치 지원과 관련한 논의 자리를 제안해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황 상무는 ‘바이오 VC 대표주자’라고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오 섹터에서만 2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해 대박을 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 투자 건으로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바이오로메드(헬릭스미스) △휴메딕스 △ABL바이오 △아스타 △바이오솔루션 등이 있다. 누적 투자 멀티플은 3.13배다. 즉 투자하면 평균적으로 3배 이상은 번다는 이야기다.

황 상무는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유한양행 선임연구원으로 약 6년간 근무했다. 유한양행에서 신약개발 과정에도 참여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해외 바이오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VC 업계를 처음 접하게 됐다. 막연히 직업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와중에 용돈 벌이로 1년 반 동안 미국 과학 잡지 ‘파퓰러 사이언스’의 의학 파트 번역하는 일을 했던 경험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는 “당시만 해도 국내 바이오 벤처 투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그 잡지 번역일을 하면서 해외 바이오 벤처투자 현황을 접하게 됐다”면서 “희소성을 추구해야 성공한다는 평소 지론에 맞는 직업이 벤처캐피탈리스트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가족과 지도 교수 등 주변 지인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2001년 한국바이오기술투자에 입사했다.

약학 지식은 VC 심사역으로서 큰 자산이 됐다. 그는 “대학원 시절 약제학과 약물학을 공부했던 것과 유한양행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결국 투자자로 성공하는 데 발판이 됐다”면서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실험 결과물을 본다고 해서 신약이 궁극적으로 개발될지를 알 수는 없지만, 향후 3년 정도는 이 실험이 실패하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지 판단하는 안목이 생겼다”고 말했다.

현재 황 상무가 대표 펀드 매니저를 맡은 펀드는 ‘한국투자그로스캐피탈펀드 제17호(750억 원)’와 ‘한국투자글로벌제약산업육성펀드(1350억 원)’, ‘한국투자 RE-UP 펀드(2850억 원)’ 등 총 3개다. 운용 규모는 총 4950억 원에 육박하며 3개 펀드 모두 정부 기관이 최대 출자자로 참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업펀드와 그로스캐피탈펀드는 최대출자자가 국민연금이고, 제약산업육성펀드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산업은행이 700억 원을 출자했다.

최근 그가 주력하는 분야는 해외 바이오 벤처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015년부터 해외 바이오 벤처 투자를 시작해 현재 국내와 해외 비중을 6대 4 정도로 가져가고 있다. 황 상무는 “호주를 비롯해 스웨덴, 벨기에, 영국에 있는 바이오벤처 기업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의 기업 중 이미 투자를 진행한 기업도 있고, 이들 투자를 바탕으로 회사가 성장하면 1~2년 이내에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 있는 기술력 좋은 기업들이 코스닥에 상장하고, 상장 이후에는 국내 기업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면서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 성장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내 바이오 섹터 경쟁력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황 상무는 “바이오 섹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도 늘 부침이 있다”면서 “바이오 섹터의 경우 과학자의 역량의 차이가 곧 국가 경쟁력인데,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역량이 유럽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지만 짧은 시간 내에 발전하다 보니 정교함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기업마다 보완해야 하는 부분과 역량의 차이는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3년 안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약점이 보완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한번 당해봤으니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내면 그게 곧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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