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보완 관계 구축 기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양사가 합병 가능성을 협의하고 있다며 성사되면 약 460억 달러(약 54조 원) 규모의 세계 4위 자동차 공룡으로 재탄생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양사의 합병 논의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산업 변화로 자동차 대기업들의 비용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량 등 혁신 압박을 받고 있는 자동차업체들은 투자 부담을 최대한 덜고자 경쟁 관계에 있던 라이벌과의 제휴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FCA와 PSA는 50대 50의 대등한 관계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PSA그룹 회장이 합병으로 탄생할 새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FCA의 존 엘칸 회장이 새 회사에서 같은 역할을 맡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상황은 유동적이어서 합병 성사 여부는 불확실하다.
만일 합병이 이뤄지면 신차 판매량이 약 870만 대에 달하는 세계 4위 자동차 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FCA는 지난해 484만 대, PSA는 387만 대를 각각 판매했다. 북미에 강한 FCA와 유럽 중심의 PSA는 지역적으로 서로 보완할 수 있다.
특히 FCA는 지난 5월 PSA의 프랑스 경쟁사인 르노와 합병을 추진했으나 르노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와 르노의 연합 파트너인 일본 닛산자동차의 반대 등으로 무산되자 PSA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 FCA는 르노와의 합병을 논의하기 전인 올해 초에 PSA와 합칠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엘칸 회장은 르노와의 합병을 더 선호했다. 지정학적으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합병이 무산된 뒤에도 엘칸 회장은 논의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르노와 닛산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자 PSA와의 합병에 적극 나서게 됐다.
PSA도 2017년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적자를 내고 있던 유럽 사업부 ‘오펠’을 인수,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사업 확대를 적극 모색해온 만큼 FCA와의 합병에 긍정적이다. 다만 PSA 주요 주주에 프랑스 정부와 중국 둥펑자동차그룹이 포진해 있는 것은 부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중국과 관련된 M&A를 꺼려왔기 때문에 FCA와 PSA의 합병에 딴지를 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WSJ는 둥펑의 지분율이 12.2%로 낮은 편이어서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