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박사,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위원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눈물 나는 호소를 들려준다. 그런 기사나 방송을 보면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 매체의 보도 태도에 답답함도 느낀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350만 개가 넘는다. 그 많은 사업자 가운데 사업이 잘되는 사람도 있지만, 어려운 사람도 수없이 많다. 그들 하나하나의 개인적 사정을 듣자면 끝이 없다. 경제 상황이 아무리 좋더라도 사업이 잘 안 되는 사람이 있고, 경제상황이 최악이라도 사업이 잘되는 사람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체 상황, 전반적인 움직임이 어떤가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있어서는 통계가 매우 유용하다.
왼쪽 그래프는 출하액(매출액과 거의 비슷한 의미)을 기준으로 한 광업 및 제조업 부문의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비중을 표시한 것이다. 1999년 이후 약 20년 동안 중소기업의 비중은 낮을 때는 45%, 높을 때는 49% 정도로 큰 변화 없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사업체 수는 1999년엔 중소기업이 98.6%를 차지했으나, 2017년에는 99.0%를 차지하고 있다. 종사자 수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1999년 69.8%에서 2017년에는 74.4%로, 부가가치는 46.0%에서 49.1%로 높아졌다.
몰론 매출액이나 종사자 수, 그리고 부가가치 등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중소기업의 형편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익성이나 사업 여건 등 기업활동 전반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판단할 일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막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몰락하고 있다”라는 인식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이 종사하고 있는 업종은 부침이 심하다. 뜨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내리막길을 걷는 업종도 있다. 이것을 한 면만 바라보고, 경제상황을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현실을 잘못 판단할 위험이 있다.
필자는 7~8년 전 2000~2009년 업종별 소상공인의 숫자 변화를 분석한 적이 있다. 이 기간 중 편의점, 마사지업, 숙박업, 학원, 통신기기 판매업 등은 사업자 수가 2배 이상 늘어난 반면, 곡물소매업, 서적임대업, 비디오 임대업, 동네슈퍼, 문방구 등은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잘되는 업종에서는 사업자 수가 늘어나고, 사양업종에서는 사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뜨는 업종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경제 상황을 좋게 느끼는 경우가 많겠지만, 지는 업종에 속한 사람들은 그 반대일 것이다.
오른쪽 표는 2006~2016년 사업자 수를 기준으로 뜨는 업종과 지는 업종을 예시한 것이다. 이 기간 중 노인요양시설이나 기타 미용업, 전자상거래업, 편의점 등은 사업자 수가 3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분식집, 목욕탕, 이발소, 동네슈터, 문방구 등은 그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업종별 부침은 경제 상황과 소비자의 소비패턴 변화, 국민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특정업종만의 현상을 보고 이를 과대평가하는 것은 경제 현실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론이나 정책당국자들도 경제의 부분적 문제에 집착하기보다는 경제 전반을 폭넓게 바라보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소득통계나 고용통계, 혹은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거시통계도 중요하겠지만 기업활동의 생생한 현장이 녹아 있는 사업체 및 기업 관련 통계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