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 회사와 제휴해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거듭날 것”
액상형 전자담배 업계가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다. 정부가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하면서 편의점에 이어 면세점에서도 판매 중단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시장의 위기상황에서도 ‘비타민 베이퍼’ 업체인 ‘비타본’은 호재를 맞았다며 반색이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입장이다.
비타민 베이퍼란 금연 보조 기기에 하나로 태우는 비타민을 뜻한다. 시장을 처음 개척한 것은 비타본이다. 비타본은 2016년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해 이름을 알렸다. 오프라인 유통 업체 ‘돈키호테’ 등에 입점하며 2016년 한 해에만 600억 원가량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사업 시작부터 규제에 가로막혀 험로를 걸어야 했다. 지난달 29일 임보민(42) 비타본 대표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만나 규제 문제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비타본이 일본에서 성공한 비타민 베이퍼를 한국에서 곧장 출시할 수 없었던 이유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6년 10월부터 금연보조제를 의약외품으로 허가 받아야 판매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허가를 받는 데는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스타트업인 비타본으로서는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임상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임 대표는 “당시 7가지 제품의 허가를 받으려면 30억 원이 소요됐다”며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린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 뒤 비타본은 어쩔 수 없이 니코틴 0.001mg 첨가해 국내 시장에 제품을 내놨다.
올해 5월 출시한 ‘센스’는 2㎎ 액상에 니코틴은 0.001%만 사용한다. 액상형 전자담배와 엄연히 구분된다. 임 대표는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넣은 니코틴 때문에 비타본이 전자담배처럼 인식되는 점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권고로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임 대표는 “베이퍼 시장이 ‘전자담배’와 묶여 같은 분류로 보이면서 오해를 받고 있었다”며 “오히려 지금 그들과 완전한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라고 단언했다.
이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이 연초회사와 전자담배 회사 간 싸움에 피해를 보는 면이 있지만, 비타본의 건강한 이미지를 이번 기회에 확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담배와의 혼동 문제로 최근 비타본은 소송을 걸기도 했다. 지난달 2일 비타본은 담배회사인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코리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정경쟁행위금지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AT가 출시한 액상형 전자담배 ‘글로 센스’가 비타본 센스와 상표 혼동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임 대표는 “금연과 흡연은 정반대인데 BAT의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이 혼동하고 있다”며 “글로벌로 진출할 예정인데 계속 오해 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비타본에 따르면 BAT은 아직 아무런 답변이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비타본은 금연보조제품이다. 금연보조제품으로서 경쟁력을 묻자 임 대표는 “금연에 실패하는 것은 피는 행위를 그만두는 것에 대한 결핍이 크기 때문”이라며 “비타본은 흡입 행위를 남긴 채 유해성분만 제거해 다른 금연 보조기기와 비교할 때 경쟁력이 크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승승장구하던 비타본은 지난해 중국산 가품 이슈로 잠시 일본 수출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수출 재개했는데 올해 판매 규모를 일본과 국내를 합쳐 4만 대로 전망하고 있다.
임 대표는 10년 뒤에 연초 시장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글로벌 담배회사가 얼마 안가 사라질 거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웃곤 했다”며 “이제 이런 말을 하면 웃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과도기”라며 “비타본도 머지않아 ‘노 타르’, ‘노 니코틴’으로 한국에서 팔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 씨는 일본 외에도 미국, 유럽, 중동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독일,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여러 나라의 유통사와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임 대표는 “천연오일을 추출해 그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할 연구실을 만들 것”이라며 “글로벌 제약 회사랑 제휴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