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잠재성장률이 가장 급격하게 떨어진 곳으로 나타났다. OECD가 발표한 국가별 잠재성장률 추계에서 한국은 올해 2.7%로, 2년 전 조사(3.1%) 때보다 0.4%포인트(P)나 낮아졌다. 36개 회원국 평균은 0.01%P 하락이었고, 미국과 프랑스 등 18개국은 올랐다. 한국보다 낙폭이 더 큰 곳은 정정(政情) 불안으로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터키와 아일랜드 두 나라뿐이다.
잠재성장률은 추가적인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투입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그 나라 중·장기 성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경제 기초체력의 잣대다. 이 수치의 추락은 성장에 대한 기대치와 경제 전반의 활력이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만 해도 잠재성장률이 7.5%였다. 2000년대 초·중반 4∼5%대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3%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 추계에서는 2001∼2005년 5.0∼5.2%, 2006∼2010년 4.1∼4.2%, 2011∼2015년 3.0∼3.4%로 낮아지다, 2019∼2020년 2.5∼2.6%까지 내려왔다. 하락세가 매우 빠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0∼2024년 1.2%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내리막을 걷는 가장 큰 원인은 노동과 자본 투입의 감소 추세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노동인구 감소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내수가 쪼그라드는 데다, 주력산업이 성숙화하면서 자본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게다가 각종 규제와 지지부진한 구조개혁 등이 생산요소의 추가 투입을 막고 있다.
노동과 자본 투입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생산성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변수이자 지속가능한 성장의 동력이고,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그것이다. 하지만 지금 경제시스템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노동편향 정책기조로 경제 활력을 살리는 길과 거꾸로 가고 있다.
잠재성장률 추락은 중장기적인 ‘성장 절벽’에 대한 경고다. 성장이 멈추면 기업과 국민의 소득이 늘지 않고 일자리도 없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바닥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이 한국 경제가 직면한 진짜 위기다. 경제체질을 혁신하는 구조개혁 없이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렵다. 투자 중심의 성장전략 재정립, 새로운 미래산업의 집중적인 육성, 경쟁력 잃은 산업의 구조조정, 신기술 개발 역량 확대를 위한 정책수단 동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그 전제는 한국 경제 경쟁력의 최대 걸림돌인 규제 혁파와, 후진적 노동시장 개혁부터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