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영업점 실적 매일 점검…성과지표 150점 배정하기도
“저희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오픈뱅킹 가입하고 권유 직원에 제 이름 좀 올려주세요.”
회사원 A 씨는 지난달 30일 오픈뱅킹 시범서비스 개시일에 은행에 근무하는 지인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전화 2통을 받았다.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지인의 부탁에 한 곳을 정해 가입했다.
오픈뱅킹 도입으로 은행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업점 직원들이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들이 디지털금융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사의 앱으로 오픈뱅킹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여야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직원들에게 오픈뱅킹 고객 확보를 지시했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오픈뱅킹 가입 실적을 매일 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뱅킹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은행 중 일부는 오픈뱅킹을 신청할 때 권유 직원을 써넣는 메뉴를 두고 있다. 직원별 오픈뱅킹 가입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뿐 아니라 예·적금, 펀드 등에 가입할 때도 권유 직원을 넣는 메뉴가 있다”며 “실적 압박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권유 직원을 써넣는 것만도 압박”이라고 토로했다. 포털사이트에 은행명과 오픈뱅킹을 검색하면 가입 방법을 설명한 뒤 직원 권유란에 직원번호, 영업점과 이름을 올려놓은 게시글도 보인다.
금융노조가 주요 은행 오픈뱅킹 영업 실적을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한 시중은행은 150점을 배정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KPI를 배정한 은행은 몇 군데 더 있었고 도입을 검토하는 은행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 상품판매 등에 할당을 줘 영업 일선에 있는 직원들에 대한 실적 압박은 오랜 문제로 지적돼 왔다. 2015년 계좌이동제 시행, 2016년 개인자산관리계좌(ISA) 통장 출시 때도 은행 간 고객 유치 경쟁에 은행 직원들은 실적 압박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 압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뱅킹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검증되지 않은 시행 초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장은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면서도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고객들은 사용하기 편리한 앱이나 자신에게 맞는 특화된 상품 등을 제공하는 은행으로 이동할 수 있어 상품 개발에 힘을 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