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록스 시총, HP의 3분의 1도 안 돼…합병하면 연간 20억 달러 비용 절감
제록스는 자신보다 덩치가 더 큰 경쟁사인 HP를 부채 포함해 300억 달러(약 35조 원)에 인수하려 한다고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제록스는 전날 밤 HP 측에 현금·주식이 혼합된 방식으로 주당 22달러에 인수한다는 방안을 제안했다. 제록스가 제시한 인수가는 전날 HP 주가에 20%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제록스가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이날 HP 주가는 전일 대비 6.4% 급등한 19.57달러에 마감했다. 제록스 주가도 3.6% 뛰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시가총액이 약 80억5000만 달러로 HP(약 273억 달러)의 3분의 1도 안 되는 제록스가 오히려 HP를 인수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제록스는 월가 메이저 은행으로부터 비공식적인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며 인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제록스를 지원하는 은행이 씨티은행이라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만일 인수가 성사돼 새 회사가 탄생하면 존 비센틴 제록스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디온 웨이슬러 HP CEO는 올해 “가족 건강 문제로 사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제록스는 HP 인수로 양사가 연간 총 2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P는 이날 성명을 내 제록스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성명은 “전날 해당 제안을 받았으며 이 거래에 무슨 장점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며 “우리는 더 좋은 길이 있다면 행동을 취한 이력이 있다. 모든 우리 주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신중하고 주의 깊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HP는 지난달 오는 2022 회계연도 말까지 7000~9000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직원의 약 16%에 가까운 규모다.
제록스는 최근 글로벌 사무기기 업계 재편의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제록스는 전날 일본 후지필름홀딩스에 자사가 보유했던 양사 합작벤처인 후지제록스 지분 25%를 23억 달러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