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투자 위축 틈타 홈플러스, 전 매장 '온라인 쇼룸'화ㆍ이마트, 새벽배송 처리 물량 2배 확대ㆍ롯데그룹 내년초 '롯데온' 본격 오픈
생존 위기에 내몰린 대형마트의 온라인 사업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커머스의 가파른 성장세에도 안이한 대응으로 시장 주도권을 내주고 실적 충격까지 겹치자 꺼내든 카드다. 다소 늦었다는 평가 속에도 이번엔 다소 다른 분위기다. 인사 쇄신으로 체질 개선에 돌입한 데다, 때마침 쿠팡의 공격적인 영업 전략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절호의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전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몰의 ‘쇼룸’으로 탈바꿈시키고, 대대적인 홍보 공세에 나선다고 11일 밝혔다. ‘마트직송’ 캠페인을 전개해 전국 121개 대형마트 점포 내 주요 동선과 각 매대마다 자사 온라인몰의 배송 경쟁력을 알리는 알림판을 게시한다. 쌀과 생수 등 무거운 상품이나 채소와 축산, 치킨, 초밥 등 신선식품 상품에 ‘온라인으로 사시라’는 표어를 내건 것이다.
배송 차량에는 공격적인 메시지도 담는다. 홈플러스는 배송차량마다 ‘신선을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저 멀리 창고에서 박스째 날아온 것과 집 근처 마트에서 장바구니에 정성껏 담아드리는 신선함이 과연 비교가 될까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업계에서 유일하게 냉장/냉동/상온 등 ‘3실’ 시스템을 갖춘 신선 배송의 강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는 2021년까지 전국 140여 개 점포에 온라인 물류 기능을 장착하고, 피커(picker, 장보기 전문사원)는 기존 1400명에서 4000명, 콜드체인 배송차량은 기존 1000여 대에서 3000여 대로 늘릴 방침이다. 온라인 사업 매출을 2019년 1조 원, 2020년, 1조6000억 원, 2021년 2조3000억 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3월 온라인 통합 법인을 출범시킨 이마트 역시 최근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새벽 배송에 나선 SSG닷컴은 3개월 만에 배송 권역을 서울 성북구와 일산 일부 지역까지 넓혔다. 현재 배송 처리 가능 물량은 일 5000건이지만, 올 연말 김포에 네오 3센터가 완공되면 내년 1월부터 일 1만 건까지 가능해진다.
롯데마트는 그룹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온라인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지난해 8월 롯데e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한 롯데는 올해 초 통합 앱 ‘롯데ON’을 출범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유통 7개사 오프라인과 온라인몰을 통합한 플랫폼을 장착한 '롯데ON'을 본격 오픈해 O4O(Online for Offline) 채널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가 온라인 사업 확대에 나선 이유는 오프라인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생필품 등 주요 사업 영역이 겹치면서 대형마트는 빠르게 성장하는 이커머스의 집중 공세에 밀리고 있다.
실제로 쿠팡의 최근 성장세는 위협적이다. 쿠팡의 올해 연 매출은 지난해(4조4228억 원)보다 66.5% 증가한 7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증권가가 전망한 올해 롯데마트의 매출(6조4000억 원)보다 1000억 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이커머스의 집중 공세에 대형마트의 반격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번 대형마트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사업 확대 외에도 인적 쇄신까지 동반하면서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최근 6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이갑수 대표를 사실상 경질하고, 아마존과 알리바아 등 글로벌 기업을 연구한 베인앤컴퍼니 출신의 온라인 유통전문가 강희석 대표를 영입했다. 롯데 역시 통상 12월 말에 이뤄졌던 임원 인사를 11월 말~12월 초로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유통업계의 '메기'로 떠오른 쿠팡의 외형 확장이 다소 주춤할 수 있다는 점도 호기로 평가된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은 쿠팡의 자기자본비율이 경영지도기준에 미달했다며 경영 개선 방안을 요구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쿠팡 투자사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이끄는 손정의 회장이 “앞으론 5~7년 내 순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비전펀드의 추가 투자가 불투명해졌다. 쿠팡의 보유 자금이 1~2년 내에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주춤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온라인 시장 침투는 다소 늦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쿠팡이 외형 성장 속도를 조절하게 되면 이는 기존 유통업체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