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그룹 회장의 통 큰 베팅 잇달아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최근 들어 국내와 해외 기업, 비상장사 등으로 인수합병(M&A)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M&A 시장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박현주 그룹 회장의 통 큰 베팅 전략이 주효하게 들어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투자은행(IB)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최종 승자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은 미래에셋대우로 정해졌다.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이번 아시아나 인수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2조4000억~2조5000억 원대 인수가를 써내면서 경쟁자인 애경그룹과 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을 압도했다. 이는 당초 시장에서 예상됐던 1조5000억~2조 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이번 컨소시엄 구성 배경에는 박 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인연이 자리한다. 두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로 오래 전부터 친분을 갖고 여러 딜을 진행해 왔다. 항공사를 인수해 기존 면세점·호텔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정 회장의 강한 의지와, 과감한 베팅 전략을 구사한 박 회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승기를 가져오게 됐다.
박 회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도 인연이 길다. 두 사람은 광주 제일고 동문으로 미래에셋의 지원 아래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대우건설 주가 급락으로 미래에셋은 투자금 손실을 보게 됐고, 채권단 압박에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을 팔았다가 되찾기도 했다.
당시 박현주 회장은 투자금 손실 외에도 M&A 판에서 그동안 쌓아온 입지에 금이 가게 됐다. 박 회장을 믿고 대우건설 인수에 따라온 다른 투자자들까지 막대한 손실을 본 탓이다. 박 회장은 이번 아시아나 인수전 승기를 잡으면서 업계 ‘미다스의 손’이란 명성을 되찾아오게 됐다.
이 같은 박 회장의 전략 아래 미래에셋그룹의 활발한 M&A는 산하 계열사들로 번지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약 1조 원에 인수했다. 해당 플랜트는 북미 최대 규모로 이번 인수에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주요 투자자로 나섰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로 올해 상장한 미래에셋벤처투자 역시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통해 수익을 시현하고 있다. 로젠텍배에는 800억 원을 투입하고 M&A 엑시트로 1700억 원을 회수했다. 바디프랜드의 경우 약 50억 원을 투자하고 220억 원을 되찾았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현재 1000억 원대인 사모펀드(PE) 부문 운용자산(AUM) 규모를 내년 5000억 원대로 대폭 늘려 M&A 엑시트를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