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관계 냉각 속 열린 재판…내년 2월 5일 2차 변론기일 열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재판이 3년 만에 열렸다. 피해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출석하지 않은 법정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유석동 부장판사)는 13일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1명당 2억 원을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이용수 할머니는 휠체어에서 내려 바닥에 주저 앉은 채 “저희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라며 울먹였다.
이 할머니는 “14살에 끌려가 전기고문 당하고 1946년에 돌아와 비가오나 눈이오나 대사관 앞에서 진상규명, 공식적인 사죄, 배상을 외치고 30년을 바라왔다”며 “일본은 당당하면 재판에 나와야지 나오지 않는 일본이 죄가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나이들어 이 아픈 몸 이끌고 나와 배상하라 사죄하라 외치고 있다”며 “저희는 아무 죄가 없고, 일본에 죄가 있다”고 오열했다.
이 할머니의 호소가 이어지는 동안 법정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날 재판 원고는 아니나 위안부 피해자로 함께 재판에 참석한 이옥순 할머니도 발언 기회를 얻었다. 이 할머니는 “우리가 어린 나이에 일본한테 끌려갔는데 왜 양보를 하냐”며 “강제로 끌려갔는데 일본 뉘우치지 않고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아베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서 철모르는 어린 것을 끌어다가 다 죽이고 한국에서 몇십만 명을 데려갔냐”며 “우리는 공식 사죄와 배상을 기다리는데 (일본은) 할머니들이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은 2016년 12월 28일 제기됐으나 그동안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소송 당사자인 일본 정부에 소장을 송달했지만 일본 정부가 '주권면제' 원칙을 근거로 여러 차례 이를 반송했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이 가입한 헤이그협약 13조는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송달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법원은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해 3년 만에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3년이 지나는 동안 소송을 낸 이들 중 생존한 피해자는 5명으로 줄었다.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인은 “이 사건은 위안부 생존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해 처음으로 한국 법정에서 열린 기일인데 피해자들 연령을 고려하면 마지막 소송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헌법이 보호하는 인간임을 천명하는 재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년 2월 5일 오후 2시로 두 번째 변론기일을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