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앳킨슨 엔진 사용해 효율 집중…트래버스, 5m 넘는 차 길이로 넉넉한 공간 확보
‘SUV=디젤’ 공식은 이미 깨졌다. 강화된 환경 규제와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ㆍ진동을 피해 가솔린 SUV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대형 SUV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완성차 업체는 수요에 맞춰 효율과 성능을 모두 갖춘 모델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대형 가솔린 SUV인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V6 3.8과 한국지엠(GM)이 직수입한 쉐보레 트래버스 V6 3.6 모델을 비교해본다.
두 모델 모두 외관은 웅장하다. 팰리세이드는 거대한 그물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차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수직으로 연결된 주간주행등은 볼륨감 있는 차체가 한층 커 보이게 한다. 역시 수직으로 자리한 후면부 리어램프는 전면부 헤드램프와 통일감을 준다. 가솔린 디자인이라고 디젤과 다르지 않다.
트래버스는 전면부가 좀 더 날렵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위아래로 나뉜 듀얼 포트 디자인 덕이다.
듀얼 포트는 쉐보레의 패밀리룩으로, 트래버스의 육각형 그릴은 이쿼녹스와 유사하다. 일직선으로 배치된 후면부 리어램프와 크롬 장식은 간결하면서도 안정적이다.
덩치는 트래버스가 조금 더 크다.
팰리세이드는 길이 x 너비 x 높이가 각각 4980㎜, 1975㎜, 1750㎜다. 트래버스는 5200㎜, 2000㎜, 1785㎜다. 트래버스가 팰리세이드보다 4㎝ 더 길고, 2.5㎝ 더 넓으며 3.5cm 높다. 모두 도심 주차구역에 꽉 차는 덩치다.
팰리세이드는 시프트 레버(기어봉) 대신 전자식 변속 버튼 방식을 갖췄다. 덕분에 운전석이 굴곡 없이 매끈하다.
변속 버튼은 위치가 높은 ‘브릿지 타입 하이콘솔’에 자리하고 있어 운전석을 감싸는 듯하다. 다만 상대적으로 버튼이 많다고 느낄 수는 있다.
반면 트래버스의 실내는 단순하다. 공조와 음향 버튼 등 딱 있을 만큼만 있어 깔끔하다.
둘 다 5미터에 이르는 차체 덕에 실내공간은 여유 있다. 팰리세이드는 2열 레그룸이 1077㎜로 성인 남성이 앉아도 공간이 넉넉하다. 3열에 앉으면 무릎이 2열에 닿기는 하지만 시트를 뒤로 젖힐 수 있게 만들어 답답함을 덜었다. 트래버스는 850㎜의 레그룸으로 3열이 조금 더 여유 있다.
가솔린 SUV답게 소음을 잡았다. 두 차종 모두 실내에 있으면 엔진 소음을 듣기 어렵다.
가속력은 트래버스가 한 수 위다. 3.6리터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얹은 트래버스는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6.8㎏ㆍm의 힘을 낸다.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육중한 차체는 앞으로 튀어나간다. 고속에 도달한 뒤에도 가속력은 유지된다.
팰리세이드는 트래버스보다 배기량이 더 큰 3.8 람다Ⅱ 엔진을 얹었지만, 최고출력이 295마력에 머무른다. 출력보다 연료효율에 집중한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쉽게 말해 연료는 작게 먹으면서 힘은 더 크게 만들도록 설계된 엔진이다. 일반적인 오토 사이클 엔진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고회전에 불리해 저속 토크가 낮다. 다만 연료 효율이 높다.
일본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대부분이 앳킨슨 사이클 엔진인 것도 이런 이유다.
그 결과 팰리세이드의 리터당 복합연비는 9.6㎞에 이른다. 실제 도심과 고속도로를 주행한 결과 계기판에는 11㎞ 이상의 연비가 기록됐다.
연비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를 감안한 현대차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초기 가속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팰리세이드도 일단 속도가 붙은 뒤에는 안정적 가속력을 보인다.
가격 면에서는 팰리세이드가 경쟁력을 갖췄다. 팰리세이드 최상위 트림이 트래버스 하위 트림보다 저렴하다.
팰리세이드의 판매가격은 3475만~4030만 원, 트래버스는 하위 트림이 4520만 원, 최상위 트림은 5522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