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국회 법안처리율 겨우 30%…‘서발법’ 등 경제법안 사실상 포기
예산안·패스트트랙 충돌 우려…여야 소모전에 속타는 경제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까지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법안은 2만3092건에 달한다. 이 중 가결이든 부결이든 ‘처리 과정’을 마친 법안은 6823건으로 전체의 29.5%에 불과하다. 70.5%에 해당하는 1만6269건의 법안은 미처리(계류) 상태다. 지난 19대 국회보다도 낮은 실적이다. 19대 국회에서는 발의 법안의 55.04%에 달하는 9809건이 회기 종료와 함께 함께 휴지통으로 향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이 숫자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여야 ‘초당적 협력’ 외친 日 수출규제 대응 법안도 통과 지연 = 시급성이 높은 탄력근로제 확대의 경우 최근 논의가 시작했지만 진행은 신통치 않다. 1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의 ‘막판 협상’도 빈손으로 끝났다. 선택근로제 등 다른 보완책을 함께 마련하자는 야당과 노동계의 눈치를 보는 여당의 견해차가 컸다. 향후 합의 전망도 밝지 않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특별연장근로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시행규칙 개정을 예고했는데, 이는 국회 차원에서의 합의 무산 가능성을 염두에 둔 보완 조치로 해석된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여야는 한목소리로 ‘초당적 대응’을 외쳤다. 하지만 실상 △화학물질 관련 규제완화(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관리법)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통과는 지연되고 있다. 투자 활성화 목적으로 국내 복귀기업 지원대상 업종을 확대하는 ‘유턴기업지원법’과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먹거리로 기대되는 수소경제의 중장기계획을 담은 ‘수소경제법’도 별다른 논의 없이 계류 중이다.
아예 논의 자체를 포기하다시피 한 법안도 있다. 2012년 발의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이다. 의료·관광·교육 등 서비스 산업 전반의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대폭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서비스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법안이라는 데는 여야 간 이견이 없지만, 일부 조항에 의료 민영화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 반발과 논란이 반복됐고, 매번 통과가 무산됐다. 서발법이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된 것은 3월이 마지막이다. 사실상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남은 일정 곳곳에 뇌관… 언제 파행될지 몰라 ‘조마조마’ = 최근 여야가 국회 일정에 합의하며 남은 정기국회 동안 경제·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시간은 빠듯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여야가 일사천리로 손발을 맞춘다면 몇몇 주요 경제법안을 처리하기에 부족하지는 않다.
문제는 향후 국회 일정 곳곳에 놓인 ‘지뢰밭’이다. 여야가 513조 원의 ‘슈퍼 예산안’ 심의와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제 개혁법안, 검찰개혁안 등을 충돌 없이 넘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자칫 국회 일정이 파행이라도 되면 처리 가능한 법안의 숫자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간 각종 민생법안이 뒷전으로 밀린 원인도 여야가 수시로 대립하는 동안 국회가 파행을 거듭한 탓이 컸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법안을 기다리는 경제계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여야의 소모적 대립과 입법 및 선거전략, 정부의 미온적 자세, 노동계 반발로 입법화에 전혀 진전이 없다. 매우 답답하고 무기력한 상황”이라면서 “올해 정기국회에서 마무리가 안 되면 상당 기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