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CEO "지역 전문가에 실시간 의사결정 자율권"..."더 다양한 공감대 형성"
세계가 열광하는 K컬처와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의 시선이 만나는 교차점은 ‘다른 것끼리의 연결’이었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때 다수가 인정하는 콘텐츠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25일 오전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부대행사인 ‘문화혁신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환영사를 통해 “10개 나라의 색이 입혀져 다채롭게 변모한 K컬처는 새로운 문화가 됐다. 이는 아세안 현지 미래세대의 꿈이 됐다”며 “아세안 국가 콘텐츠 시장은 매년 8% 이상 성장하며,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한류는 아세안의 사랑을 기반으로 세계로 뻗어나갔다”고 한ㆍ아세안 문화 콘텐츠 교류를 강조했다.
이어 기조 연설에 나선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는 4차산업 시대의 콘텐츠에 대한 생각을 대중에게 전달했다.
세계적 한류스타 방탄소년단(BTS)을 배출한 방 대표는 ‘아세안의 성장동력으로 문화 콘텐츠의 비전’을 주제로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생생한 경험을 공유했다.
방 대표는 기술 발전에 의한 좋은 콘텐츠의 공유를 강조하면서 록그룹 퀸의 ‘라이브에이드’ 공연을 실례로 들었다. 그는 “1985년 영국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이브에이드는 심각한 아프리카 기아문제를 세계에 알리는 자리였다”며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인공위성을 통해 세계 19억 명에게 전달됐다. 라이브에이드는 음악을 통한 인류애를 호소했고 세계를 뒤흔들었다. 이 모든 것이 인공위성에 의한 생중계 기능 덕분”이라고 말했다.
방시혁 대표는 라이브에이드와 방탄소년단이 기술과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들이 통하는 답은 간단하다. 좋은 콘텐츠이기 때문”이라며 “시대는 다르지만 두 콘텐츠 모두 시대, 세대에 대한 적극적이고 때로 도발적인 발언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이들이 말을 걸어온다. 창작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하나의 콘텐츠가 좋은 문화가 되는 순간”이라며 “특수가 보편으로 변화하면서 누군가의 영혼을 울리는 시점이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발언의 보편성뿐 아니라 특수한 취향공동체의 열광 또한 이끌어내야 한다. ‘어벤져스’가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 대표는 “우리는 기술문화를 선도한 국가와 다른 역사, 문화적 배경을 가졌다.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보고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며 “세계에는 우리만 이해되는 것이 있다. 앞을 향해 나아가는 대신, 좁고 깊은 곳으로 파고들 수 있다. 그 결과 우리만의 색을 만들고, 그 색이 모두에게 다가가는 역설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방 대표는 “이런 콘텐츠를 만들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21세기에 투자하는 거다. 지금 BTS가 유튜브 기술의 파급력을 증명하듯, 우리만의 발언과 이해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냄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보일 새 기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사람에 투자하라. 이것이 초연결의 시대에 아세안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CT(정보통신) 기업인 SK텔레콤 박정호 사장도 연사로 참여했다. 콘텐츠 생태계에서 창작이 아니라 플랫폼과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박 사장은 “미디어 산업에서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화적 주체성”이라면서 “아시아의 고유한 DNA를 바탕으로 전 세계가 공감할 만한 콘텐츠를 함께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T.E.A.M.(Tech-driven Entertainment for Asian Movement)’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기술 기반 혁신 역량에 아시아적 가치를 더해 아시아 전체가 함께하는 콘텐츠 연합을 만들자는 것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및 아시아 콘텐츠 창작자와의 협력을 소개하며 앞으로도 투자와 협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헤이스팅스 대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경우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남미 등에서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강조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후 3년 동안 180개가 넘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현지 프로듀서, 출연진, 제작진 8000여 명과 함께 한국 19개 도시, 동남아 방콕ㆍ치앙마이ㆍ발리 등 12개 도시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찍었다.
헤이스팅스는 “각 국가 담당 지역 콘텐츠 전문가에게 실시간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해 창작자 커뮤니티와 유연한 파트너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헤이스팅스 대표는 “한류와 함께 폭넓은 아시아 문화의 흐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스크린에 더 다양한 문화가 반영되고 국가 간 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