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7일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을 반대하는 단식투쟁을 청와대 앞에서 이어갔다. 한국당 의원들은 단식 중단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단식농성 현장을 찾았지만, 황 대표의 결심을 돌리지는 못했다.
노숙 단식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황 대표의 건강도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식농성 텐트를 방문한 한국당 의원들에 따르면, 황 대표를 진찰한 의료진은 황 대표에게서 '단백뇨'가 나오고 있다면서 위급한 상황에 놓이기 전에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최근 추위가 계속된 탓에 면역력이 떨어지며 감기 증세가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 단식 투쟁에 돌입한 황 대표는 첫 3일 동안은 바닥에 꼿꼿이 앉은 자세로 농성을 했다. 하지만 23일 저녁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자리에 누운 채로 보내고 있다. 이때부터 황 대표의 체력이 바닥났으며 이후 건강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 주위 인사들의 전언이다. 현재 황 대표는 의식은 있지만 말을 거의 못 하는 상태라고 주변인은 전했다.
황 대표는 단식 농성 현장을 방문한 여러 인사들이 중단 권유에 “아직 더 있어야 한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중이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의사들은 병원을 가라고 권유하고 우려하는데, 황 대표 본인은 (농성 의지가) 확고한 상황”이라고 했고, 김도읍 대표 비서실장도 “의사들은 안 된다는데, 황 대표는 계속하겠다고 버티는 중”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날 황 대표의 단식 천막 농성장에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을 비롯해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 전광훈 목사 등이 다녀갔다. 나 원내대표는 “병원에 가시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다”며 “대표는 조금 더 이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병원에 가시는 것을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과 이계성 국회 정무수석도 이날 오전 단식 농성 텐트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유 사무총장은 황 대표에게 “건강이 많이 걱정된다”며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합의 처리가 잘되도록 대표께서 좀 노력해달라”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말을 전했으며, 이에 황 대표는 “감사하다. 의장께서 조금 더 큰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도 방문했다. 40분 정도 텐트에 머무른 전 목사는 황 대표의 상태에 대해 "예상보다는 좋으시더라. 저 정도면 상태가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라며 한국당 관계자들과 다른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오후에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방문했지만 황 대표가 수면 중이어서 있어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심 대표는 이번 단식을 ‘황제단식’이라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현장 주변의 황 대표 지지자들과 한국당 의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심 대표는 “정치적 비판은 비판이고, 단식으로 고생하시는 데 찾아뵙는 것은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