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가격 폭락으로 인한 재배 농민의 고통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품질이 전년만 못한 데다 소비 부진까지 겹치자, 사과 가격은 점차 더 추락하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가공식품류 판매로 위기 해결에 애쓰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1월 사과 10kg 도매가격은 3만 원대를 위협 받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3만3000~3만4000원을 오갔지만, 현재는 3만800원까지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1.2% 하락한 수치다. 작년에는 10kg 도매가격이 한 때 4만 원을 훌쩍 넘기도 했지만, 올해는 2만 원대로 추락하는 것을 걱정해야할 판이다.
가격 폭락은 단순히 '수확량'이 많아진 이유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과수원 농가 역시 이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경북 영주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홍 모(51) 씨는 "작황이 좋아서 수확량이 많았다"면서 "자연재해를 견디고 남은 사과들이 품질이 좋은 데, 올해는 재해 영향을 받지 않아 품질이 작년만 못하다"라고 말했다. 수확량은 많고 품질이 떨어지니, 가격이 내려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경북 청송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 모(52) 씨는 "이곳은 품질도 떨어졌지만, 잦은 비 때문에 낙과가 많아 수확량도 줄어들었다"라고 지역 상황을 전했다. 그는 "작년보다 30% 가까이 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좋은 사과의 경우 출하하지 않고 창고에 보관 중인 곳도 많다"라고 귀띔했다.
경기 부진도 한몫했다. 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사과를 비롯한 과일 소비가 줄었다는 것이 농가의 설명이다. 농민들은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가격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안 좋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되자 일부 농민들은 사과 수확을 포기하고 있다.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 실정에서 사과를 수확했다간 적자로 돌아설 수 있어서다. 홍 모 씨는 "농사에 필요한 기계를 사는데 수 천만 원이 들어가 대출을 받았다. 할부금도 내기 어렵다"면서 "비룟값도 안 나오는데 섣불리 사과를 땄다간 인건비도 못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사과로 만든 가공식품류 판매로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가공식품류는 카페나 식품 매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많고, 비교적 낮은 품질의 사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석록 청송사과협회 사무국장은 가공식품류 판매는 농민들에게도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직접 팔기 어려운 사과를 협회가 사들이고 보조금을 지급해 농민들의 소득을 보존하고자 한다"면서 "(협회는) 가공식품류 판매를 늘리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와의 직거래로 유통비를 줄여 이윤을 남기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인터넷을 잘 활용하는 농민이 많아져 몇 년 전부터 중간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사과를 판매하는 일이 흔하게 된 만큼, 이들은 수확한 사과 중 상품성이 있는 것을 선별해 인터넷에 내놓고 있다.
농민들은 "보통 10kg에 30과 이내를 5만 원 수준에서 판매하고 있다"며 "도매상에 맡기면 우리도 편하지만, 사과 가격이 떨어져 이윤을 최대한 남기기 위해 직거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