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아르헨 대상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활…프랑스 디지털세에 24억 달러 보복관세 착수·중국에는 15일까지 합의 사실상 최후통첩도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고대했던 시장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의 잇따른 폭탄 발표에 휘청거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이날 2거래일째 하락한 것은 물론 2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96%, S&P500지수는 0.8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12% 각각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S&P는 지난 10월 8일 이후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12.6에서 14.3으로 올랐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대상으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즉각 복원하겠다고 전격 발표해 시장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는 이들 국가가 자국 통화 가치를 대규모로 평가 절하해 미국 농가와 제조업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한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는 쿼터제를 적용하면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면제했는데 남미 두 국가에 한해 이를 되돌리겠다고 한 것이다.
미국 관리들이 최근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하고자 바삐 움직이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새로운 협정의 의회 승인을 추진하는 등 무역전쟁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트럼프가 기조를 정반대로 바꾼 셈이다.
특히 하루 동안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더욱 거세져 투자자들을 의아하게 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공교롭게도 이날 프랑스가 도입한 ‘디지털서비스세’가 자국 IT 기업을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다며 24억 달러(약 2조8300억 원) 규모의 프랑스 제품 63개 품목에 최대 10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USTR 보고서는 “무역법 301조에 의거, 프랑스의 디지털세가 불공정한 관행인지를 조사했다”며 “디지털세는 이익이 아니라 매출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국제적인 조세 규칙에 반하고 있으며 미국 IT 기업을 타깃으로 한 것이어서 제재를 발동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욱 큰 문제는 15일 미국의 대중국 관세 추가 부과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전망은 더욱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난주 자신이 서명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에 대해 “무역협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중국은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관세를 인상할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사실상 중국에 최후통첩했다.
여기에 미국 경제지표도 최근 호조를 보인 다른 나라와 달리 부진해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전미공급관리자협회(ISM)가 이날 발표한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의 48.3에서 48.1로 하락해 시장 전망인 49.4를 밑돌았다. PMI가 기준인 50을 밑돌면서 미국 제조업 경기는 4개월째 위축 국면이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