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일괄 해제 후 도시 재생 사업으로 가닥…HUG 분양가 통제 탓에 분양도 줄연기
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17일 도시재정비위원회를 열어 세운지구 2ㆍ3ㆍ5ㆍ6구역을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할지 결정한다. 이들 구역은 2014년 재정비촉진지구 재지정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운지구 재정비 사업은 종로 세운상가에서 충무로 진양상가에 이르는 상가군(群)을 축으로 해서 양옆을 재정비하는 사업이다. 도심 노른자위 땅에서 진행되는 정비사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컸다. 하지만 2006년 처음 재정비촉진지구가 지정된 후, 사업 수정과 도심 역사성 훼손ㆍ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 논란을 겪으며 사업이 계속 늦춰졌다.
이번에 해제 심의 대상에 오른 곳은 아직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하지 못한 2구역과, 3ㆍ5ㆍ6구역의 세부 구역 117곳이다. 이 가운데 중구에 있는 3ㆍ5ㆍ6구역은 사업 일몰 기한 연장에 필요한 주민 동의서도 받지 못해 지구 해제가 거의 확실하다. 금영신 중구 도시계획팀장도 “요건을 못 맞춘 구역은 원칙적으로 해제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반면 종로구에 속한 2구역은 토지 소유주 30% 이상의 뜻을 모아 일몰 연장 요구 동의서를 서울시에 내는 등 사업 재개에 적극적이다. 종로구 측도 “세운지구 재정비는 도시 계획상 꼭 필요하다”며 일몰 기한 연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세운상가 인근의 D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는 “이 지역은 가게도 많고 재원도 부족해 지자체 지원이 없으면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의 협조를 얻는다고 해도 도시재정비위원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서울시는 2구역까지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알려졌다. 애초 지난달로 예정됐던 해제 결정이 한 달 가까이 늦어진 것도 해제에 필요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오승제 서울시 다시세운사업팀장은 “주민 동의서를 받는다고 일몰 기한이 반드시 연장되는 건 아니다”며 “사업 가능성, 도심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해 일몰 기한 연장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세운지구에서 대규모 재정비촉진지구 해제에 나서면 앞으로 도심 개발 사업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예상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세운지구 구역 해제는 서울시가 개발에서 보전으로 도심 정책의 무게를 옮긴다는 뜻”이라며 “다른 도심 개발 사업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회장은 이어 “그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들었던 비용 분담을 두고 주민이나 시행사 간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된 구역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도시재생 계획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나 나올 수 있어, 그간 정책 공백은 불가피하다.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구역도 몸살을 앓긴 마찬가지다. HUG가 분양가 인하를 압박하는 통에, 분양이 미뤄지고 있다. 세운 3-1ㆍ4ㆍ5 구역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세운’은 수개월째 분양이 늦어지고 있다. HUG는 이 단지를 3.3㎡당 2700만 원에 분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행사(더센터시티주식회사)ㆍ시공사(현대엔지니어링)가 산정한 3.3㎡당 분양가보다 500만 원 이상 낮다. 2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선분양하려면 HUG의 보증이 필요하지만, HUG 요구를 받아들이면 이익이 많이 감소해 시행사ㆍ시공사는 6월 예정했던 분양을 미루고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세운 6-3-4구역에 지어지는 주상복합 아파트도 HUG의 압박에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시행사인 더유니스타제이차주식회사와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아파트 분양가로 3.3㎡당 약 3500만 원을 책정했으나, HUG는 이를 1000만 원 가까이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