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인터파크 분석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인터파크가 1~11월까지 판매 결과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여행의 이유가 연간 베스트셀러 1위로 나타났다.
예스24는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에세이를 출간하면서 소통하는 소설가와 시인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인터파크도 작가들의 여행 단상을 담아낸 도서들 역시 강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했다.
◇에세이 전성시대 = 여행의 이유는 소설가 김영하가 오랜 시간 여행을 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홉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한 에세이다.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이병률 ‘혼자가 혼자에게’,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김훈 ‘연필로 쓰기’, 김애란 ‘잊기 좋은 이름’, 김연수 ‘시절일기’ 등이 그렇다. 배우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 해님 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김소연 ‘마음사전’ 등 작가 개인의 삶과 감정을 담은 책들도 에세이 베스트셀러 50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튜브’ 소개된 도서 판매량 급증 = 예스24는 올해 출판 트렌드 키워드로 ‘유튜브 셀러로 옮겨가는 미디어 셀러’를 꼽았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소개된 책들이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켜 베스트셀러 순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채널의 주 구독자 층에 따라 도서의 구매자 층이 변화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유튜브 채널 ‘김미경TV’에서 소개된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은 방송이 나간 후 1주일간 판매량이 전주에 비해 5360% 증가했다. ‘포노 사피엔스’,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한 단어의 힘’ 등도 적게는 475%, 많게는 1077% 판매 증가를 기록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 4위를 차지했다.
유명인의 소개로 순위 역주행을 시작한 도서들도 베스트셀러 순위권을 차지했다. 90년생을 이해하기 위한 가이드 ‘90년생이 온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추천한 도서로 알려지며 예스24 3위, 인터파크 6위를 차지했다.
역사관, 젠더, 세대 간의 새로운 담론을 형성한 도서들의 인기도 두드러진 해였다.
◇정세, 사회를 반영한 베스트셀러 =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이슈가 발발된 7월 1일부터는 ‘국화와 칼’, ‘속국 민주주의론’, ‘아베는 누구인가’, ‘영속패전론’, ‘일본회의의 정체’ 등 일본 관련 도서의 한 달간 판매량이 직전 동기간 대비 1466%가량 상승했다. 한ㆍ일 관계에 대한 한국인의 기성 통념을 부정한 ‘반일 종족주의’는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예스24 9월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30대 한국 여성들의 삶을 재현하며 한국 사회에 성평등 문제를 환기시킨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올해 10월 동명 영화의 개봉으로 다시 한번 이슈의 중심에 섰다. 올해 초 남성의 시각으로 성평등 문제를 바라본 ‘82년생 김진우의 변명’이 출간되는 등 여성과 남성 간의 젠더 갈등을 야기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영화 개봉 이후 일주일간 판매량이 직전 동기간 대비 99%(예스24 기준) 증가하며 순위 역주행을 시작해 10월 4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고, 종합 베스트셀러 17위에, 2019년 소설 분야 1위에 올랐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최근에는 페미니즘을 정면으로 내세우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여성이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다룬 도서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돌이 읽거나 방송, SNS를 통해 언급한 책들이 줄줄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아이돌셀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방탄소년단(BTS), 강다니엘 등이 대표적. 특히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책 읽는 아이돌로 유명, 그가 읽는 책 리스트는 꾸준히 화제가 됐다. 아이돌을 비롯해 연예인들이 침체됐던 출판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월에는 악동뮤지션 이찬혁이 정규 3집 ‘항해’의 음반과 함께 첫 소설 ‘물 만난 물고기’를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올해는 현실에 적용 가능한 실용적인 지식을 전하는 인문 교양서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다수 차지했고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영향으로 어린이 및 청소년 문학도서를 찾는 독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