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션 매력적·해외 경제회복 등이 주가 회복 이끌 것…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더욱 완화해 증시 지탱할 듯
미국증시는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좋은 투자처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일부 월가 투자자와 전문가는 새해에 해외 주식이 미국을 능가하는 성적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이 보도했다.
그동안 해외증시 성적이 미국보다 좋았던 것은 2010년 이후 두 차례에 불과하다. 주가 상승률에서 10년간 미국은 해외를 압도해왔다. 예를 들어 2010년 이후 지금까지 뉴욕증시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180% 이상 폭등했다. 반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미국 제외 전 세계 지수’는 같은 기간 상승률이 18%에 그쳤다. 아이셰어스MSCI신흥시장지수 상장지수펀드(ETF) 상승률은 4%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매력적인 밸류에이션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제성장세 회복 등에 내년 글로벌 주식이 미국보다 더 나은 성과를 올릴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피터 베레진 BCA리서치 수석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미국 이외 주식이 10년 넘게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나서 내년에는 마침내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성장 재가속, 미국 달러화 약세와 유리한 밸류에이션이 글로벌 주식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P500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20배 이상이다. 기업 순이익은 작년보다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S&P는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고 PER는 지난해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반면 해외주식은 훨씬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 ‘MSCI 전세계지수(ACWI)’를 추종하는 ETF의 PER는 약 14.7배다.
캘럼 토마스 톱다운차트 리서치 대표는 “미국과 해외증시는 50%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있다”며 “해외증시가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런 격차가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여전히 미국은 전 세계를 압도하는 견실한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정치는 연율 2.1%로, 한 달 전 나온 속보치 1.9%를 웃돌았다.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26만6000명으로, 시장 전망인 18만7000명을 크게 뛰어넘었으며 실업률은 50년 만의 최저치인 3.5%로 다시 하락하는 등 고용지표도 호조를 보였다.
전 세계 경제는 제조업 활동 둔화와 무역 갈등으로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로 인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적극적인 통화정책 완화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고 CNBC는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9월 양적완화 재개를 결정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에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단기 자금조달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금리를 인하했다. 일본은행(BOJ)도 올해 내내 느슨한 통화정책을 유지했다.
또 중국과 미국의 무역 긴장은 최근 수 개월간 양측이 어느 정도 협상 타결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다소 완화했다. 이에 내년 세계 경제 성장세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증시 전망도 그만큼 낙관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미국주식 전략 부문 대표는 “ACWI가 지난해 12월 저점을 찍고 나서 의미 있게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성장이 바닥을 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며 “이는 시장이 이미 글로벌 경제성장이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윌슨은 내년 한국과 일본 주식을 매입할 것을 권고했다. 반면 미국주식에 대해서는 ‘비중축소’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