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지인의 권유에서 SNS로 무대 옮겨…SNS 주 사용층인 20대 유혹
"편하게 집에서 일하는데, 하루에 300만 원 벌었습니다."
"억대 연봉! 특별한 사람, 잘 타고 난 사람에게만 적합한 게 아닙니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며칠 만에 수백만 원', '연봉 1억'이라는 광고를 보고 나서다. 매일 발제, 취재, 기사를 쓰더라도 손에 쥘 수 없는 돈. 부업으로, 그것도 편하게 벌 수 있다니…. 특출난 능력 없이 성실함 하나로 살아온 기자에게 전직의 기회가 찾아온 것일까. 마침 광고도 성실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아○○○', '헬○○○○' 등, 이러한 광고는 인스타그램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관련 내용을 홍보하는 업체를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350만 개의 게시글이 나온다. 업체 이름은 다르지만, 유사한 내용인 홍보 글이 적게는 수천 개, 많게는 110만 개에 이른다. 게시자는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언제든지 '문의'하라며 오픈 카카오톡 주소나 개인 계정을 올려놓는다.
◇"판매 대행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초기 투자는 99만 원
과연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카카오톡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내 부업의 정체를 문의해봤다. 질문은 하는 일, 수익을 내는 방식, 적게는 한 달에 200만~300만 원을 버는 비결 등이다.
자신을 '본사에서 인증한 멘토'라고 소개한 황모 씨는 이 부업을 "쇼핑몰을 홍보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쇼핑몰을 개설하고 이를 홍보해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 수익은 상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로 올린다는 설명이다. 물론, 투자는 필수다. 그는 쇼핑몰 개설을 위해 99만 원의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상품 판매 수수료는 10~20%다. 구매자가 회원님의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주문서만 본사에 보내주면 된다"면서 "상품 배송, 환급, 교환 등 모두 본사에서 처리하니 어려울 것이 없다. 홍보만 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물건 판매 수수료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는 했지만, 기자가 볼 때 광고처럼 거액을 손에 쥐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기자가 이 업무로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수익이 가능하냐고 묻자 그는 '진짜' 수익 구조에 관해 설명했다.
◇고액연봉의 비밀은 사람…'폰지사기'와 유사
'진짜' 수익 구조는 회원을 모집하는 일이다. 쉽게 말해 이 일을 할 또 다른 사람을 데려오는 것. 상품 판매 수수료보다 회원을 모집하는 것이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황모 씨는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SNS에서 회원 모집에 더 열을 올리는 편이 낫다"면서 "회원 모집하는 방법이나 비결을 저한테 배우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기자가 99만 원을 내고 쇼핑몰을 개설한 뒤, 홍보를 통해 회원모집에 성공했다면 7만~80만 원의 수익이 생긴다. 이 신규 회원이 99만 원짜리 쇼핑몰을 열면 기자에게 80만 원이 떨어진다. 낮은 등급의 쇼핑몰을 열면 그만큼 수익을 준다. 따라서 관건은 99만 원 쇼핑몰을 열게끔 만드는 일이다.
이 수익 구조는 '폰지사기(Ponzi Scheme)' 형식과 유사하다. 폰지사기는 실제 아무런 이윤 창출 없이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이용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계속해서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 지속이 불가능하다. 전에는 다단계 또는 피라미드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다. 상품이나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신규 회원 모집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단계ㆍ피라피드 마케팅과 쇼핑몰 부업에 차이점은 있다. 다단계나 피라미드 마케팅은 300만~500만 원을 내고 물건을 넘겨받은 뒤 이를 판매하거나 신규 회원을 유치하는 방식이었다면, 쇼핑몰 부업은 초기자본 외에 추가로 들어가는 돈과 떠안아야 할 물건도 없다. 대출을 강요해 물건을 사라고 강요하지도 않기 때문에 겉보기에 부담도 적다. 이 때문에 선듯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는 후문이다.
한 쇼핑몰 부업 업체 관계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쇼핑몰만으로도 고액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기존의 다단계나 피라미드 마케팅과 같다고 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SNS의 빠른 확산력 십분 활용…20대 집중 겨냥
폰지사기는 수십 년 전에도 있었던 수법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같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사람 모집에 나선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과거에는 사람을 특정 장소로 데려가 교육을 했다면 지금은 SNS로 상담하고, 돈을 받은 뒤 일을 진행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대가 옮겨진 것이다.
또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대가 옮겨지면서 광범위하게 관련 글을 전파하기도 쉬워졌다. 고액을 쥘 수 있다는 광고 글로 사람을 꾀기 좋은 조건이 형성된 셈이다. 특히,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핵심 사용자는 10대나 20대다. 이들은 경제적 개념을 정립하기에 이르고, 경제력 또한 탄탄하지 않은 연령층이어서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여기에 일부 매체들을 통한 광고 기사까지 범람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해당 업체 이름을 포털에서 검색하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글과 유사한 광고 기사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홍보성 광고 기사는 SNS를 통한 회원 모집 글에 덧붙여지면서 신뢰도를 높이는 하나의 장치가 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미디어학부 교수는 "광고 기사에도 '정도(正度)'가 있는 법"이라며 "영세 인터넷 매체들을 중심으로 한 이같은 행위는 언론이 신뢰를 잃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