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영농조합, 조합원 100명이 포도 함께 키워 아시아 7개국 수출… 당도 오를 때까지 수확 금지 원칙
2일 경북 상주시 모서면 고산영농조합에서 만난 김형수 조합장은 “올해 11월 말까지 중국에 70톤이 수출돼 지난해 1년 수출액과 비슷한 15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며 웃었다. 고산영농조합은 샤인머스켓 수출을 위해 만들어진 법인이다. 2016년 샤인머스켓 수출을 시작한 이래 2019년 현재 회원이 100명까지 늘었다.
김 조합장은 1992년부터 캠밸 포도 농사를 지었고 2002년엔 샤인머스켓 작농을 시작했다. 고산영농조합은 2016년 샤인머스켓의 본고장인 일본이 수출에 적극 나서는 것을 보고 우리도 못 할 게 없다며 수출에 나섰다. 김 조합장은 2016년 4월 카탈로그를 만들고,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 국내외 박람회를 40여 차례나 찾아다녔다. 그러다 만난 바이어와 계약에 성공, 2016년 9월 28일 홍콩과 베트남에 40톤을 첫 수출했다.
김 조합장은 “한국산 샤인머스켓의 우수성을 알리는 게 수출 시장에서 판로 개척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해 생산된 300톤 가운데 엄격하게 선별해서 보냈는데 그게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고산영농조합은 지금까지 중국,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 등 7개국에 수출해왔다.
고산영농조합이 말 그대로 수출 농가로 우뚝 선 계기는 중국 수출이었다. 2017년 중국인 바이어가 경북통상을 통해 고산영농조합을 찾았다. 이 바이어는 포도밭에 직접 가서 토양을 보고 잎도 만져봤다. 그러면서 일본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인정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바이어는 한국의 신세계그룹 같은 중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BHG그룹 직원이었다. 이 직원이 한국까지 온 이유는 2016년 이 그룹 회장이 홍콩에서 한국의 샤인머스켓을 먹어보고 그 맛에 반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은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지 않아 포도 수출이 막혀 있다. 당시 동남아로 1kg당 1만5000원에 수출될 때였는데 중국에는 2만4000원에 수출했다. 그해 12월 12일 고산영농조합의 창고가 텅텅 비었다. 이 같은 성공 사례로 현재 포도 수출단지는 10개로 늘었다. 고산영농조합은 국내에도 코스트코, 롯데슈퍼 등에 지난해 453톤(15억2888만 원 상당)을 공급했다. 수출용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당도나 크기 등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 제품들이라 큰 인기를 끌었다.
물론 고산영농조합의 수출 성공 신화는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 중국에서 샤인머스켓 생산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식재량이 우리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도 한국산의 반값에 불과하다. 중국산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동남아시아에서 팔리기도 한다.
김 조합장은 “결국 이런 것을 이겨내려면 품질을 올려야 한다”며 “생산자단체도 그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처럼 계속 가격이 높아 잘 팔린다고 생산만 늘리면 2~3년 안에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며 “좋은 품질이 국내시장에 깔리면 가격이 다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고산영농조합의 고품질 샤인머스켓의 비결은 뭘까. 김 조합장은 기자와 인터뷰한 장소인 세미나실을 비결로 꼽았다. 이 세미나실에서 월 1회 회원 교육이 진행된다. 또 자주 회원의 포도밭을 찾아 상태를 확인하는 등 좋은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한다. 만일 취지에 맞지 않게 자기 마음대로 고집하는 회원은 자동 탈퇴시키고, 심한 경우 강제 제명도 하고 있다.
김 조합장은 “다른 곳은 일찍 포도를 따도 우리는 당도가 오를 때까지 따지 않는다”며 “품질이 안 되는 것은 수출을 안 한다. 5년 동안 이렇게 원칙을 정하니 회원들도 잘 따라온다”고 말했다.
고산영농조합은 향후 아세안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까지는 중국에서 발주받은 물량이 너무 많아서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 물량이 충분하지 않지만 내년에는 품질을 향상시켜 중국에 300톤 이상, 아세안엔 100톤 이상 각각 수출한다는 포부다. 김 조합장은 “최근에 베트남의 한 바이어가 1~2파레트(운반대)라도 수출해 달라고 해서 보내 줬더니, 그 소식을 들은 다른 업체로부터 ‘우리는 왜 안 보내주냐’고 전화가 왔다”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