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바이오 업체 ‘비보존’의 비마약성 진통제가 미국 임상 3상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시가총액 2조 원을 앞두고 있다. 장외주식시장(K-OTC)에서 주식을 거래하는 비상장사로선 이례적인 일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비보존 시가총액은 가중평균 주가 기준 1조9084억 원으로 집계됐다.
비보존은 지난달 29일부터 9거래일 연속 시총 1조8000억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3일에는 가중평균 주가 7만28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도 1조9110억 원을 달성했다.
K-OTC는 당사자들이 가격을 협의해 결정하는 상대매매가 이뤄져 같은 시간대에도 서로 다른 가격에 거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하루 동안 거래된 모든 가격의 평균값인 가중평균 주가가 기준가격으로 사용된다.
비보존의 가중평균 주가는 9월 말 2만3900원에서 10월 말 4만3450원으로 81.80% 급등했다. 이후로도 급등세를 이어가 지난달 26일 7만45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7만 원대를 넘겼다.
비보존의 발행 주식 수는 2625만 주다. 따라서 주가가 7만6190원을 넘으면 ‘시총 2조 원’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주가인 7만2700원보다 4.8% 가량 높은 수준이다.
상장사 9일 종가를 기준으로 시가총액 2조 원을 넘는 곳은 코스피에 101개사, 코스닥에 6개사 등이다. 시가총액 2조 원을 달성하면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7위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는 9월 말 비보존이 개발 중인 비마약성 진통제 VVZ-149(오피란제린) 임상 결과 발표가 올해 안에 나올 것이라고 발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피란제린의 임상 3상 결과는 20일 발표될 전망이다.
비보존은 지난달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임상 경과를 설명하면서 “1차 지표의 유의성을 도출하기 위한 목적의 임상시험은 3상”이라며 “1차 지표란 약물 효능을 대표하는 유효성 지표로서 인허가를 위한 증거 자료”라고 설명했다.
오피란제린은 개발이 완료되면 세계 통증 치료제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불러모으고 있어서다. 오피오이드는 작년 기준 약 3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통증 치료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민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비보존을 다룬 보고서에서 “오피란제린이 오피오이드를 대체할 신약으로 승인되면 미국 내 수술 10%만 적용해도 연간 매출 1조 원이 가능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오피란제린 임상 3상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임상 결과가 좋지 않아 임상이 중단된 타 바이오 업체의 사례들처럼 비보존 주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