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11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서 지난달 취업자수가 275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33만1000명(1.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이후 4개월 연속 30만 명대 이상의 증가세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고용률은 61.7%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0.3%포인트(P) 올랐다. 1996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실업자가 86만6000명으로 4만3000명 줄고, 실업률은 3.1%로 0.1%P 하락했다. 청년실업률도 7.0%로 0.9%P 떨어졌다. 2012년 이후 가장 낮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20.4%로 1년 전보다 1.2%P 내려갔다.
취업자수, 고용률, 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의 뚜렷한 호전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날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고용회복 흐름이 시장에 공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적 지표로만 판단한 착시(錯視)다. 고용의 내용은 질적 개선과 거리가 멀고,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우선 경제현장의 주력인 30∼40대 취업자는 계속 줄어들고, 60대 이상에서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 60대 이상 취업자가 40만8000명 늘었는데, 이는 전체 취업자수 증가폭을 훨씬 웃돈다. 40대는 17만9000명, 30대는 2만6000명 감소했다. 30∼40대 취업자수는 2017년 10월 이후 26개월째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60대 취업자 증가는 정부가 재정을 쏟아붓는 초단기 노인일자리 사업의 효과다. 어린이 등하교 도우미 등 대부분 근무시간이 짧고 임금이 낮아, 제대로 된 일자리로 볼 수 없다. 주당 근무시간 통계에서 1~17시간 초단기 근로자가 38만6000명(25.5%) 늘어난 반면, 36시간 이상 근로자는 28만9000명(-1.3%) 줄어든 것이 말해 준다.
업종별로도 ‘좋은 일자리’인 제조·금융업 고용이 계속 감소세다. 제조업 취업자는 2만6000명 줄어 20개월째 축소됐다. 금융·보험업도 3만3000명 감소해 11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건설업 취업자도 7만 명 줄었다. 대신 공공일자리인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13만5000명 증가했다. 재정 일자리 말고는 실질적인 고용사정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민간 기업의 활력이 살아나지 않고는 고용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30∼40대 고용 축소는 수출, 생산, 투자의 부진으로 기업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가 계속 뒷걸음치고 있음을 반영한다. 재정으로 고용지표를 끌어올려 봤자, 기업의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정부는 고용사정이 나아졌다고 말할 게 아니라, 심각한 문제부터 제대로 인식하고 경제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