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연말 랠리를 맞아 스팩 신규상장이 활발하다. 일각에서는 연간 IPO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스팩이 활용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모를 위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일반기업과는 달리 스팩의 경우 심사 기간도 짧고, 공모 규모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쉽게 증시에 입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미 상장했거나 연내 상장 예정인 스팩 수는 31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6개가 10월 이후 상장했다.
연말 스팩 상장 증가는 거래소의 빠른 승인이 한몫했다. 지난달 예심 승인을 받으며 연내 증시 입성을 위한 막차를 탄 10곳 중 절반이 넘는 6곳(유안타제6호스팩, 하이제5호스팩, NH스팩15호, 한화플러스스팩1호, SK스팩6호, 하나금융제15호스팩)이 스팩이었는데, 대부분 예심 청구 이후 2주 내로 승인을 받았다. 통상 IPO 예심 청구에서 승인까지는 두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일반기업보다는 심사절차가 간편한 스팩 특성을 고려한다 해도 연중보다 심사 기간이 훨씬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선 스팩 심사승인이 이처럼 빠르게 나온 건 내부적으로 정한 IPO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거래소 측이 내린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증시가 부진하면서 신규상장 기업이 많지 않았지만, 연말 들어 스팩이 줄줄이 상장하면서 목표로 삼았던 100곳을 딱 맞게 채운 전례가 있다. IPO 실적을 위해 스팩이 활용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작년에도 연말에는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라며 “하반기 시장이 잠깐 침체하긴 했지만, 공모액 규모도 작년보다는 커진 만큼 기업 수도 늘려 지난해보다는 나아졌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활발한 스팩 신규상장에 힘입어 올해 공모기업 수는 작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올 초부터 현재까지 상장한 기업 수(이전상장ㆍ스팩상장 포함, 스팩합병 제외)는 코스피 13개, 코스닥 85개로 총 98개다. 여기에 심사를 통과하고 연내 상장이 계획된 기업 8개를 합치면 올해 IPO 기업 수는 106개로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규상장한 스팩이 늘어나면서 증권사 등 발기인이 져야 할 부담이 일정 부분 늘어난 건 부담요소다. 스팩은 3년 내 합병을 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되는데, 이때 투자자들에게 원금은 물론 약정된 3년 치 이자를 얹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좋은 비상장 벤처나 코넥스 기업 등 합병기업 풀이 한정된 만큼 마땅한 합병기업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 하반기 합병기업을 찾지 못한 스팩이 줄줄이 청산되기도 했다. 8월에는 SK제3호스팩이, 9월 신한제3호스팩, 대신밸런스제4호스, 이번 달 6일 한화에이스스팩3호가 상장 폐지됐다. 미래에셋대우스팩1호는 18일까지 예심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해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