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수입차 10대 중 8대 법인이 구매…법인차 운행일지 작성 확인할 방법 제한적
1억 원이 넘는 초고가 수입차 10대 중 8대는 법인(회사)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를 법인 명의로 사들여 탈세에 악용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 법인세법 개정안이 3년 전 시행됐지만, 법망이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고성능차 제조업체 람보르기니는 올해 1~11월 한국에서 총 155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88.4%인 137대를 법인이 구매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율이 37.5%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다른 고가 수입차 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롤스로이스는 150대 중 132대, 마세라티는 1113대 중 914대, 벤틀리는 118대 중 96대를 법인이 구매했다. 브랜드별로 법인 구매비율을 따져보면 △람보르기니 88.4% △롤스로이스 88% △마세라티 82.1% △벤틀리 81.3%로 나타났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는 3억 원이 넘고, 롤스로이스 팬텀은 7억 원 이상이다. 마세라티의 콰트로포르테와 벤틀리의 SUV 벤테이가도 각각 1억 원, 2억 원 중반대다.
이를 두고 ‘거짓 법인차’를 막기 위해 시행한 법인세법 개정안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를 회사 업무용으로 구매하면 취득세와 자동차세, 보험료 등 유지비를 세법상 경비로 처리해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일부 고소득층이 법인 명의로 비싼 차를 구매해 세제 혜택을 받는 폐단이 있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2016년부터 법인세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업무용 승용차(법인차)의 비용처리를 연간 1000만 원으로 제한한 내용이 개정안의 골자다. 1000만 원이 넘는 법인차 운영비용은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실적으로 수억 원이 넘는 초고가 수입차를 업무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업무용으로 사용한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사업상 비용으로 처리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40%대에 달했던 전체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율은 개정안 시행 이후 30%대로 내려왔다. 단, 초고가 수입차 시장은 예외였다. 람보르기니의 법인 구매율은 2016년 80%에서 2017년 87%, 2018년 90%로 오히려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운행일지 작성을 관리할 제도가 없는 점이 규제의 구멍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고가의 법인차를 유지하려면 운전자와 주행거리, 출발지, 목적지, 사용 목적을 기록하는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를 얼마든 조작할 수 있어 쉽게 법인차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운행일지 기록의 전산화 등 허위 기록을 없앨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이 문제를 제기한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개인 용도로 고가 수입차를 구매하고, 이를 업무용으로 등록하여 법인세를 탈루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며 “이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운행일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데 현실여건 상 무용지물이다. 관계 당국은 해외 선진사례를 검토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