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의 도발이 배민ㆍ요기요 합병 자극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 13일 우아한형제들의 전격 인수를 발표했다. 인수합병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거나 신규 사업을 진출하기 위함이 대부분이지만 우아한형제들의 매각은 2위 기업의 1위 기업 인수라는 점에서 독과점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독과점 우려에도 불구 이들이 합병에 나선 배경으로 쿠팡의 쿠팡이츠가 지목되고 있다.

▲요기요 로고

이커머스에서도 후발주자였던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우며 단기간에 시장 지배자로 군림하게 됐다. 김범석 대표는 소비자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할 만큼의 편리성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자정 전 주문하면 오전 7시 전 배송을 가능케한 쿠팡은 신선식품 외에 공산품까지 새벽배송 가능 품목을 확대하며 소비자의 삶 속에 깊숙히 파고들었다.

배달앱 업계가 쿠팡의 쿠팡이츠 론칭을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도 이커머스에서의 안착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이츠 론칭 후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경찰 수사까지 의뢰했다. 표면적인 고발 배경은 쿠팡이 식당에 배민과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이츠와 독점계약할 경우 수수료 할인혜택과 현금 지원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장악을 우려한 선제공격 차원의 조치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같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G마켓은 이베이코리아로 인수되기 전인 2007년 셀러들에게 신규 론칭하는 A오픈마켓에 제품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할 것을 유도해 A브랜드는 결국 사업을 정리한 바 있다.

쿠팡이츠의 배달 시간 단축도 기존 배달앱과 외식업계의 반발을 불러온 대표적인 원인이다. 과거 치킨, 피자 배달시 30분 내, 15분 내 배달을 내걸면서 외식브랜드간 시간 싸움이 오히려 라이더들의 사고로 이어진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쿠팡이츠의 배달시간 단축에 배달앱은 물론 외식브랜드까지 반발하는 이유다.

그러나 배민과 요기요의 결합에도 반발은 존재한다. 그동안 배달앱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상권파괴자’로 지탄받아왔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별로 영업지역을 보호해주는 정책을 펴야 하는데 배달앱이 생겨나면서 이 같은 영업지역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속출했다.

최근 열린 ‘2019 한국프랜차이즈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외식 프랜차이즈 영업지역 보호와 배달상권의 충돌’을 주제로 채택했을 정도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수덕 세종대 경영학박사는 “매출 증대 때문에 배달앱을 이용하지만 과도한 광고비가 부담된다는 식당이 37%를 넘었다”며 “정부 차원의 수수료 상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배달상권이 보호되지 않아 울며겨자먹기로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해 3월 기준 배달앱 월간 이용자수는 배달의민족이 366만명, 요기요가 217만명, 배달통이 71만명 순이었다. 외식업계에서는 이같은 수치를 들어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심각한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