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정부 서슬이 이렇게 시퍼런데 지금 집을 사라고요? 그것도 푸른 기와집 바로 근처에?”
“누굴 핫바지로 아시나. 청X동, 효X동은 1~2종 주거전용지역에다 개발제한구역 같은 규제도 많이 걸려 있어서 설령 개발이 되도 고층 아파트는 언감생심인데 그걸 사서 뭘 합니까.”
“그리고, 그 동네 집들 대부분 1950년대 이전에 지어져서 50년이 넘은 구옥들 아닙니까. 아무리 재개발을 노린다고 해도 거주의무 기간 채우려면 몇 년 들어가 살아야하는데 난방이며 주차며...아이고 불편해서 어떻게 살아요.”
듣고만 있던 지인은 묘한 미소를 지은 뒤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순진하시네...다 먹었으면 갑시다.”
기레기가 영원히 가난해지던 순간이다. 당시 청X동 효X동 단독주택 가격은 2억~3억 원 수준. 젊은 기레기도 대출을 받으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집들이었다. 16년이 흐른 2019년 12월, 그 때 그 집들은 싼 매물이 10억, 대체로 15억 원에 육박한다.
문재인 정부 초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시장을 향해 “다주택자는 집을 파시는게 좋겠다”며 겁박을 시작했다. 푸른 기와집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주무부처 장관의 엄포에 집을 판 사람은 딱 한명. 문재인 대통령뿐이었다. 문 대통령의 집을 산 사람은 또 다른 푸른 기와집 근무자다.
대통령이 1주택자(그나마 경남 양산)로 돌아간 사이 푸른 기와집 사람들은 제 갈길 갔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최측근이라던 부동산 정책 설계자는 과천 별양동 아파트가 재건축 돼 10억 원 이상을 벌었다. 그리고 그 집이 분양을 끝내자 과천 별양동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다. 이건 그냥 우연이다. 무조건 우연이다.
대통령의 입을 맡았던 민주화 운동 동지는 10억 원 넘게 빚을 내 흑석동에 상가주택을 샀다. 이 동네도 그가 집을 팔자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됐다. 갑자기?...
2019년 12월 16일, 부총리까지 나서 “6개월 줄테니 집을 팔아라”라며 또 시장을 겁주기 시작했다. 푸른 기와집도 이번에는 배신자 색출에 나섰다. “2채 이상 가진 고위직은 집을 팔아라”라고 ‘권고’했다. 안팔면? “알아서 하란”다. 기한은 똑같이 6개월이다.
자 이제 복잡해진다. 이제 와서 부동산 안정을 위한 솔선수범은 소가 웃을 일이니 논외로 하고, 본인들이 털고 나가야할 때가 됐으니 먹튀 할 시간을 벌어두는 것이라는 의심, 쫄보들이 겁먹고 던지면 또 사들이려고 공포 마케팅에 나섰다는 비아냥이 난무한다. “1채만 남기고” 팔라 했으니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라”는 시그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6개월 쯤 후에 확인해 보면 감이 잡힐 것 같다.
푸른 기와집 고위직 중 수도권에 집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는 11명이란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을 뒤적여 이들의 명단과 주소를 확보한 뒤 수시로 확인하자. 물론 대통령도 이들이 집을 파는지 버티는지 지켜보고 있을 테지만, 시장이 관심갖는 이유와는 결이 조금 다를 것이다.
서울에 방 한칸 없는 대통령을 나 몰라라했던 참모들이라도 이번마저 배째라며 버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 임기가 2년 넘게 남은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사실상 “안팔거면 나가라”고 했으니 자리보전을 위해서라도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이들이 집을 판 이후다. 집값이 하락다면 “내릴 걸 미리 알고 손 털었다”는 비판을 받을테고, 오른다면 “본인 집을 팔아도 안되는 무능한 정부”라며 손가락질 당할게 뻔하다.
18번째 부동산 대책과 고위 공직자 주택 매각은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들이 충분히 숙고하고 검토해서 내놓은 조치일테다. 하지만 본인들이 투기세력이라 매도한 시장참여자들과 알고보니 한 배를 타고 있는 참모들이 진심으로 부동산 안정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는 요샛말로 ‘합리적 의심’을 부를만하다.
16년전 기레기의 푸른 기와집 지인이 내뱉은 탄식을 문 대통령 만큼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순진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