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3조 원 규모 회계부정 스캔들로 월드컴 파산…25년 징역형 살던 중 건강 악화로 13년 만에 출소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의 발레리 카프로니 판사는 사상 최대 회계부정 사건으로 2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던 버니 에버스의 조기 석방을 허가했다.
검찰이 조기 석방을 반대했지만 올해 78세인 에버스의 건강이 악화됐다며 그의 가족들이 재판부에 요청한 특별사면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의 딸은 그가 실명, 체중 감소, 정신 퇴화를 겪고 있다며 재판부에 호소했다.
교도소 관계자는 그의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고 말했지만 심리학자는 검사 과정에서의 에버스와 가족들과 통화할 때의 모습에 차이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는 심리 상태가 불안정해 기복을 보인다고 재판부에 강조했다.
에버는 2006년 교도소 수감 당시 심근병증을 앓고 있었다. 또 최근 몇 개월 간 민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왔다.
에버스는 1983년 월드컴을 창업한 이후 미국 2위의 장거리통신 회사로 키웠다. 하지만 주가를 띄우기 위해 실적을 조작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밝혀져 기소됐다. 2002년 110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의 회계부정 스캔들이 터졌고 월드컴은 끝내 파산했다.
2005년 맨해튼 소재 연방법원의 바버라 존스 판사는 “에버스의 지시로 회계부정이 이뤄져 수많은 월드컴 투자자들이 돈을 날렸다. 피해 규모와 범위를 감안할 때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존스 판사는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징역 25년은 사실상 종신형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존스 판사는 지난 9월 카프로니 판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에버스가 충분히 형을 살았다”고 말했다.